[취재수첩] 불합리한 교육세 부과 지적에 "예외적인 일"이라는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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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불합리한 교육세 부과 지적에 "예외적인 일"이라는 기재부

“기사에서 지적한 내용은 아주 예외적인 일입니다.”

증권사 채권 거래의 교육세 인상 문제를 지적한 7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대해 기획재정부 담당자가 한 말이다. 기사는 채권 헤지(위험 회피) 거래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채권 선물 매매의 손실은 놔둔 채 현물 거래의 수익만으로 교육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기재부 관계자가 말한 ‘예외적’이라는 표현은 ‘보통의 규칙이나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 특별한 경우’를 뜻한다. 사소한 일일 뿐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면 정말로 본지 기사가 예외적이고 사소한 사안을 침소봉대한 것인지 짚어보자. 증권사가 취급하는 금융상품은 높은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한다. 정기예금 등으로 돈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은행과는 다르다. 증권사가 직접 채권 매매를 하더라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를 줄이기 위해 하는 것이 헤지 거래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매입한 채권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보게 된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증권사는 채권을 매도한다. 증권사의 채권 거래는 대부분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현물이든 선물이든 한쪽에서 이익이 나면 다른 쪽에선 필연적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이 같은 증권사 채권 트레이딩 부서의 일상을 공무원이 함부로 ‘예외적’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현물 거래의 수익에만 과세하는 것은 사소한 일일까. 제도 개선 없이 교육세 세율이 0.5%에서 1%로 갑작스레 인상되면서 증권사들은 채권 사업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증권사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거래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채권 업무 부서가 축소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파생상품을 헤지 수단으로 활용하며 급성장해 온 채권 시장이 갑자기 위축되면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들도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파급효과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크다.

기재부 측은 해당 과세 문제에 대해 그동안 증권사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장 본지 기사만 찾아봐도 관련 문제 제기는 2010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12일자 신문에서 ‘무리한 과세 비판 받는 교육세 내년에도 유지’라는 제목을 통해 “증권사 자기매매는 이익과 손실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인데도 손실은 고려하지 않고 이익이 나면 무조건 교육세를 과세해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그간 기재부 담당자들이 ‘예외적’인 것으로 여겨 무시한 탓에 증권업계를 괴롭히는 불합리한 과세 체계가 15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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