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를 연장해 수입 업체 부담을 줄이고, 정부가 중국산을 직수입하겠습니다.”(농림축산식품부)
“김 유통·가공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겠습니다.”(해양수산부)
‘물가당국’인 두 부처는 올 들어 농수산물 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고공행진하는 배추와 무 가격을 잡기 위해 민간(할당관세)과 정부(중국산 직수입)가 공급량을 늘리고, 김값이 오르는데도 원료인 물김이 산지에서 폐기되는 일이 없도록 유통 교란 행위는 없는지 들여다보겠다(현장점검)는 취지다.
효과는 있었을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5일 배추(상품) 소매가격은 포기당 5195원으로 전년보다 36%, 평년에 비해 26% 높았다. 무에 비하면 약과다. 무(상품) 가격은 개당 3270원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82% 급등했다.
물김 폐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0t 남짓이던 물김 폐기량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만 6000t에 육박한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정부 대책의 효과에 갸웃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가 널뛰기한 지난해에도 똑같은 대책을 내놨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배추·무 가격의 경우 업계에선 “애초에 소비자들이 다른 품목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꾸준히 제언해왔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명절과 평시를 가리지 않고 ‘정부 할인’이나 ‘유통업체 자체 할인’을 홍보했다. 당장 지갑이 얇아져 뿔난 민심을 달래는 데 급급해서다. 결국 다른 농작물로 분산될 수 있는 수요가 배추와 무로 쏠렸다. 이들 식자재를 반드시 구해야 하는 식당 사장님들의 주름만 깊어졌다. 농식품부는 최근에야 봄동이나 열무 같은 배추·무 대체품에 할당관세를 시작했다.
해수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물김 폐기 사태의 핵심 원인은 ‘병목’이다. 지난해 김 양식장을 늘리면서도 이를 가공할 시설을 확대하는 것은 등한시한 결과 물김 생산량이 가공 능력을 초과한 것이다. 해수부는 작년 5월에도 김 가격이 치솟자 사재기를 잡겠다며 유통 질서 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로 매점매석을 적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했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그런데도 올해 같은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당시 유통업체의 재고량을 들여다보는 대신 업계 전반의 구조를 살펴봤다면 오늘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농수산물 수급 문제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을 두고 무작정 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하지만 대책은 다르다. 적어도 실패한 대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