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가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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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가 정답일까

“권한이 상상 밖으로 막강합니다. ‘농민 대통령’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농협중앙회장에 관해 이같이 입을 모은다. 법적으로는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산 800조원 규모(2025년 기준)의 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 그리고 중앙회 산하 33개 계열사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묻는 관행이 반복되는 것도 이 같은 강력한 권한을 방증한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금권 선거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2028년부터 조합원 187만 명이 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조합장 1110명이 투표하는 현재의 간선제 구조에서는 소수 조합장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유인이 강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여기에 조합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대리인 문제’도 지적된다.

하지만 직선제가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선출직의 정당성이 강화되는 만큼 회장의 권한이 되레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선거가 지역 기반 구도로 흐르며 “이번엔 어느 지역 차례냐”는 식의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책 경쟁보다 조직 동원력과 세 대결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 선거가 인기투표로 변질해 중앙회의 전문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비용은 170억~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전국 단위 조직과 사무실을 갖추지 않으면 사실상 선거운동이 어렵다”며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고 금권 선거 우려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협동조합 가운데 직선제를 도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전국농협협동조합연합회(JA전농)는 조합장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하고,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주요 협동조합 역시 간선제나 호선제를 유지한다. 직선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농협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려면 선거제 개편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회가 사업, 조합 지원, 감사 기능까지 모두 쥔 상태에서 선출 방식만 바꾸면 권한 집중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 개편까지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농식품부 안팎에서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인적 분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를 포함한 깊이 있는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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