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포의 대상이 된 중국의 '테크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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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포의 대상이 된 중국의 '테크 굴기'

“중국의 급격한 발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머리가 아프네요”. 지난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MWC 2025’에서 전시관을 둘러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국내 이동통신사 임원의 소감도 비슷하다. 수년째 MWC에 참가했다는 그는 “조만간 MWC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이 전시관을 빼면 세계 3대 전시회라는 MWC의 명맥이 끊어질 것”이라고 나름의 전망을 내놨다.

유 장관과 통신사 임원의 얘기가 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중국의 테크 공습이 해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MWC에 참가한 중국 기업은 344곳으로 개최국 스페인(744곳)과 미국(443곳)에 이어 3위였다. 전시 규모는 다른 국가를 압도했다. 통신 장비 세계 1위 기업인 화웨이는 전시장인 ‘피라 그란 비아’ 1관 대부분을 자사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특히 인상적인 공간은 샤오미 전시장이었다. 샤오미 전기자동차 ‘SU7’에 탑승해 보려는 이들의 행렬이 100m쯤 됐다.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인 하이퍼 AI가 적용된 전기차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의 ‘끝판왕’으로 불렸다. 세계 1위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기업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의 주요 임원들도 MWC를 둘러본 뒤 “샤오미가 최고”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때마침 일론 머스크를 향한 반감으로 유럽에서 테슬라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터여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유럽 관람객의 관심이 증폭됐다.

기업을 대상으로 화웨이가 꾸민 비공개 전시관에선 차세대 무선통신인 6G의 기반이 될 AI-RAN 기술이 대거 출품됐다. 기지국에 AI를 바로 심어 통신 속도 등을 개선한 기술로 드론 운용 등 미래 전쟁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곳을 다녀온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미국과 유럽 관계가 삐걱대면 유럽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장악력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샤오미는 소형 가전을 값싸게 만드는 변방 기업이었고, 화웨이는 에릭슨과 노키아 등 유럽 통신장비 강자보다 기술력에서 떨어지는 네트워크 장비 기업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 및 기술 제재 이후 중국의 기술력은 미국을 압도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MWC는 ‘중국의 부활’을 증명한 행사나 다름없었다. ‘중국은 이제 경계의 대상을 넘어 공포 그 자체다’. 행사장을 돌아보는 내내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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