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회의에서 이른바 ‘문건’에 대해 얘기했습니까.”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한 질문이다. 계엄 사태 여파로 두 달 만에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신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해당 문건이 논의됐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당시 최 권한대행 등 금융부문 수장들은 회의를 통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골자로 한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빠른 대응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등 계엄으로 우려됐던 부작용을 상당 부분 감소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날도 일부 야당 의원은 금융 현안과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인 정무위에서 탄핵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데 몰두했다. 신 의원은 5분의 질의 시간을 모두 탄핵 관련 질문에 썼다. 그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가 계엄 지시 문건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대정부 질문에서 시장 안정 조치가 비상계엄 상황 유지를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해야 할 조치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최근 논란이 된 한 인터넷 매체의 ‘중국인 간첩 체포’ 기사를 들고나왔다. 전 의원은 “해당 매체에 국내 유명 은행과 보험사가 광고하는 배경이 의문”이라고 했다. 이 사안 역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개 시중은행 은행장 간담회에서 문제 삼은 건의 재탕이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최 권한대행 등이 ‘월권’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중대한 정책적 결정은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진 뒤에 하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주요 의사결정을 몇 달 뒤로 미루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권력 공백’ 시기임에도 의미 있는 정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2차전지 등 핵심 전략산업에 수십조원대 투자를 집행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금융 위기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사전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국회의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정책들이다.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책엔 전혀 관심이 없다. 여전히 탄핵 정쟁으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계엄 때문에 경제가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요즘 경제를 마비시키는 건 정치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