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GDP 2.5배 커졌는데 '역주행'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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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GDP 2.5배 커졌는데 '역주행'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증시가 다시 박스권에 갇힐 텐데 걱정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가 최근 얼굴을 보자마자 한숨 쉬듯 꺼낸 말이다. 그만큼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관심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어떻게 설계될지에 쏠려 있다.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당초 이재명 정부 공약 격인 이소영 의원안(최고세율 27.5%)과 달리 여당에서 ‘최고세율 30% 후반’ ‘절반만 분리과세’ 등 누더기 안이 쏟아지자 코스피지수는 동력을 잃고 횡보 중이다.

일부 운동권·기획재정부 출신 정치인들 주장처럼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부자 감세일까. “분리과세가 아니라 종합과세가 문제”라는 게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연간 2000만원 이상 이자·배당소득에 최고 49.5%의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무슨 말일까. 금융소득종합과세는 2003년까지만 해도 과세기준이 4000만원이었다.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5000달러. 올해 예상치는 약 3만5000달러다. 경제 규모가 그때보다 약 2.5배 커졌다는 뜻이다. 단순 적용하면 과세기준도 1억원으로 올라야 하지만 종합과세 제도는 외려 역주행했다. 부자 증세를 내세운 정치권 주도로 2013년부터 두 배(기준 2000만원) 강화됐다. 2012년 5만5730명이던 과세 대상자는 이듬해 13만7558명으로 세 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혐오’ 없이는 이런 과격한 세제 변경은 일어나기 힘들다.

12년 전만 해도 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었다면 부자였을 터다. 10년 넘게 같은 기준이 유지되면서 2023년 기준 과세 대상자는 33만 명을 넘어섰다. 투자 커뮤니티에선 “보유 기업의 배당 성향이 높아져 연 2000만원을 넘길 것 같다”며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겠다는 사연이 쏟아진다. 배당소득에 붙는 건강보험료 증가분은 ‘덤’이다.

부유층 아닌 중산층을 잡는 세금, 건전한 주식 투자를 막고 부동산에 물 대는 세금으로 변질된 지 오래인데도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부자 감세 프레임에 요지부동이다. 구명보트에 대주주와 부자가 타고 있으니 다 같이 죽자는 격이다.

배당은 장기투자의 핵심이다. 시대착오적 과세 제도 탓에 그동안 기업은 배당을 최소화하고, 개인들은 주가가 급등락하는 복권형 주식 투자에 내몰렸다. 안정적인 배당을 믿을 때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며 푼 배당금은 가계 자산이 돼 소비를 촉진하는 마중물로 작용한다. 정확히 이런 구조를 만들자고 강조한 이가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일부 여당 정치인은 표만 계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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