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인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려는 윤 대통령 지지자가 대거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청광장부터 광화문 앞까지 약 1㎞ 길이의 왕복 10차선 도로가 집회 참가자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보수 집회가 과격하고 비상식적일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현장에서 본 집회는 길거리 축제에 가까웠다. 볼거리, 먹거리 등 이벤트 요소도 적지 않아 집회의 품격이 확 올라간 듯한 인상을 받았다. 돗자리를 가져와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 단위 참가자가 적지 않았다. 30대 부모의 손을 잡고 나타난 어린아이도 눈에 띄었다.
현장 곳곳에 마련된 높이 3m·가로 1.5m 크기의 윤 대통령 ‘포토월’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일부 정치인의 사진을 길바닥에 깔아둔 ‘밟아 존’ ‘배신자 존’ 등 체험형 이벤트도 이목을 끌었다. 닭꼬치, 떡볶이, 어묵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과 티셔츠, 배지 등 ‘윤석열 굿즈’(기획상품)도 인기를 모았다.
무대 운영도 한층 진화했다. 대학 응원단처럼 단복을 입고 절도 있게 율동을 하거나, 가수들이 출연해 흥에 겨운 노래를 불렀다. 이처럼 집회 수준이 높아진 것은 과거 강성 보수층이 주도한 과격 시위의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8년 전인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엔 집회 주동자들의 과격한 언행 등이 논란을 불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윤 대통령 등 특검팀에 대한 살해 협박이 이어져 경찰이 긴급 신변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 선고한 3월 10일에도 흥분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격한 난동을 부리면서 2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했다. 현장을 관리하던 경찰도 다쳤다. 이번 탄핵 국면에서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건이 벌어지자 ‘탄핵 반대 시위대=폭력적’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달 중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도권 경찰 인력 총동원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자유롭고 평화적으로 진행된 이번 3·1절 집회를 보면서 이런 걱정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에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집회 현장에서 인명 피해 사고만큼은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