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초속 5센티미터’
실사 영화 ‘초속 5센티미터’의 원작은 2007년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아카리가 다카키에게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얘기하며 시작한다. 초속 5cm. 벚꽃은 꽤 천천히 추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수치로 얘기해 보면 그것이 꽤 짧은 순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신카이 감독은 봄날의 벚꽃이 눈처럼 떨어지는 걸 보며 그것이 청춘의 짧은 순간 같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초속 5센티미터’는 어려서 만나 좋아했지만 멀리 이사 가게 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했던 다카키와 아카리의 이야기를 3부작 단편으로 묶은 작품이다. 1화 ‘벚꽃이야기’는 벚꽃 대신 폭설이 내린 어느 봄에 다카키가 아카리를 만나러 가는 그 지난한 시간을 절절한 감성으로 담았고, 2화 ‘코스모너트’는 가고시마로 이사 간 다카키와 그를 짝사랑하지만 끝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가나에의 이야기를 하늘로 쏘아 올려진 로켓에 빗대 풀어냈다. 그리고 3화 ‘초속 5센티미터’는 나이 들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다카키와 아카리가 어느 철길에서 우연히 지나치는 짧은 순간을 담아낸다. 미래를 알 수 없어 엇갈리는 청춘들의 절절한 사랑과 아픔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영상미로 구현된 작품이다.신카이 감독은 자신의 ‘초속 5센티미터’를 청춘 같다고 했다. 20년 지나서 객관적으로 보니 완성도가 높지도 않고 ‘상처가 아주 많은’ 작품이지만, ‘몹시 불완전’해도 눈부신 이 작품이 청춘을 닮은 것 같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비슷한 청춘의 순간들은 저마다 있지 않을까. 그러니 이 벚꽃 피어나는 계절에는 잠시 그 눈부시게 흩날리며 떨어지는 청춘의 순간들을 바라볼 일이다. 이 계절도 금세 지나갈 테니. 초속 5cm의 속도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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