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중독… 우회 낳는 ‘규제’보다 ‘조절 교육’이 효과적[기고/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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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아이들의 삶은 소셜미디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소셜미디어를 열고 내가 올린 게시물을 사람들이 얼마나 읽었는지,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한다. 공부를 하면서도 소셜미디어를 확인하느라 주의가 산만해질 뿐 아니라 친구들과 대화나 놀이를 할 때조차 방해를 받는다. 현실의 친구보다 소셜미디어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더 깊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다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현실에 발을 딛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괴롭힘과 따돌림도 늘고 있다.

아이들은 또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본다. 소셜미디어에는 먹방, 쇼핑, 여행, 게임, 유머 등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콘텐츠가 많다. 특히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은 강하고 빠른 즐거움을 준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기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몰두하다 보면 허위 정보,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내용, 자살이나 자해와 관련된 콘텐츠에도 쉽게 노출된다.

최근 뇌과학 연구들을 보면 소셜미디어를 과하게 사용하는 경우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관련된 보상 회로에 속하는 뇌 영역들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두엽의 조절하는 기능이 저하되는 등 뇌 발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소셜미디어에 중독된 사람은 일상적인 일에서 보상 회로가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일상의 소소한 일로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호주는 법으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청소년의 안전과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아이들이 이런 규제를 쉽게 우회할 수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다. 이에 아이들이 소셜미디어를 스스로 잘 조절하며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소셜미디어 속에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안전하게 이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진정한 조절력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둘째, 예체능 및 사회정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경쟁적 교육 환경, 이른바 ‘국영수사과’ 중심의 획일적 교과과정이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소셜미디어에 더욱 의존하게 만든다.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마음속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셋째, 아이가 일상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현명한 소셜미디어 사용에 도움이 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운동이나 음악과 같은 취미 활동, 보드게임이나 야외 활동 등을 할 기회가 많을수록 좋다. 또 아이의 마음속에 고민은 없는지 잘 관찰하고, 평소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소셜미디어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대부분 현실에서 아이의 삶이 행복하지 않아서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하려면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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