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되지 못한 뇌’ 질환, 조현병
‘정신분열증’으로 불린 만성 뇌질환… 피해-관계 망상, 환각, 환청 시달려
감정 둔마, 무의욕증에 관계 단절돼… 작업기억 저하로 학업-일 어려워져
약물 치료 뒤 사회성 회복 치료 중요… 뇌 정밀 조율하는 치료 기술 필요해

증상은 크게 양성 증상, 음성 증상, 인지 기능 변화로 나뉜다. 겉으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양성 증상은 정상적인 정신 기능 외에 왜곡된 지각이나 사고가 더해지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세상의 모든 우연이 자신을 해치려는 거대한 음모로 해석되는 피해 망상, TV 속 앵커의 멘트가 자신에게만 보내는 비밀 신호라고 믿는 관계 망상이 있다. 이는 환자를 극심한 공포와 고립으로 몰아넣는다.
이와 함께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실제 감각을 느끼는 환각이 나타난다. 특히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걸거나 비난하는 듯한 환청이 가장 흔하게 관찰된다. “너는 쓸모없는 존재야”, “그가 너를 감시하고 있어”와 같이 고장 난 뇌 회로가 만들어낸 이 가짜 전기신호는 너무도 생생해 눈앞의 현실보다 더 실제처럼 느껴진다. 또한 사고의 흐름이 파편화되면서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와해된 언어를 구사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기괴한 행동과 긴장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기능이 소실되거나 감소하는 음성 증상은 조현병의 만성적 경과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마치 세포의 에너지가 모두 방전된 것처럼 환자들은 표정을 잃어버리고(감정 둔마),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목소리는 로봇처럼 단조로워지고, 씻고 먹는 등 인간의 가장 기본 욕구마저 사라지는 무의욕증이 나타난다. 대화 역시 극도로 빈약해진다. 결국 환자는 사회적 관계를 끊고 방 안에 숨어 버린다. 주변 가족들이 “사람이 변했다”, “우울증인 줄 알았다”며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집중력과 기억력, 기획 능력을 떨어뜨리는 인지 증상까지 겹치면 환자는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거나 일을 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직전의 정보나 계획을 머릿속에 잠시 유지하며 사용하는 작업기억 능력이 저하된다. 이로 인해 상황을 분석하고 논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행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발병 전에는 수월하게 해내던 학업이나 직무 수행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 조현병 치료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약물 치료를 핵심 축으로 하고, 사회적 기능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정신사회적 치료를 병행한다. 약물 치료에는 뇌 안의 불균형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항정신병 약물이 사용된다. 이는 환각, 망상, 와해된 사고 등 급성기 양성 증상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약물 치료로 급성기 증상이 가라앉으면 손상된 일상 기능과 사회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신사회적 치료가 중요해진다.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 환자는 여전히 느끼는 미세한 환청이나 망상에 적절히 대처하는 인지적 전략을 배우게 된다. 또 사회기술 훈련을 통해 타인과의 의사소통, 감정 표현 및 갈등 해결 능력을 익힌다. 또한 작업기억과 집행 기능 등 저하된 인지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구조화된 과제를 활용한 인지재활 치료도 함께 진행된다.
환자를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는 재활 및 지지 체계 역시 중요하다. 조현병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질환이다. 그런 만큼 가족이 질환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환자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나 비난을 가하지 않도록 돕는 가족 교육과 가족 치료가 재발률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영화 속 내시 역시 약물 치료를 통해 양성 증상은 완화됐지만, 지속되는 환각과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천재성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고통스러워한다. 거문고나 가야금의 줄은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고, 너무 느슨하면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못한다. 연주에 앞서 악기를 정밀하게 조율하듯 우리 뇌 역시 수많은 신경회로가 정교하게 조화를 이뤄야 온전한 정신이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조현병은 뇌 속 신경회로망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 생각과 감정의 균형이 무너지고 불협화음이 발생한 상태다. 앞으로는 뇌를 더욱 정밀하게 조율하는 치료 기술을 통해 내시와 같은 천재가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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