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휴머노이드의 인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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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10 17:33 수정2025.03.10 17:33 지면A31

“미래의 공장엔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만 일할 것이다. 개는 사람이 기계를 못 만지게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람이 왜 필요하냐고? 개에게 먹이를 줘야 하니까.” 리더십 분야 석학인 워런 베니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농담처럼 던진 말이다. 하지만 로봇 전문가들은 이미 이 말이 절반쯤 현실화했다고 설명한다.

[천자칼럼] 휴머노이드의 인건비

몇 년 전만 해도 공장 완전 자동화는 먼 얘기였다. 여러 공정에 산업용 로봇이 쓰이기는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한두 가지 일만 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과업이 달라지면 아예 새 로봇을 들여와야 했다.

사람 같은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로봇은 손과 발은 물론 손가락까지 갖춰 사람이 하는 업무 대부분을 할 수 있다. 최근 등장한 제품의 성능은 입이 벌어지는 수준이다. 로봇의 전통적 강점인 힘과 스피드에, 달걀을 깨트리지 않고 다루는 정교함이 더해졌다.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은 소형 자동차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테슬라는 2023년 12월 다기능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세대’를 공개하며 가격이 2만달러(약 2910만원)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유니트리는 지난해 대량 생산용 휴머노이드 가격으로 1만6000달러(약 2330만원)를 제시했다. 한국에선 근로자 한 명을 1년간 고용할 예산으로 로봇 두 대를 장만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용근로자 평균 연봉은 5053만원이다.

휴식도 필요 없다. 사람 직원으로 공장을 24시간 돌리려면 최소 3개 조(8시간씩 근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휴머노이드는 1개 조로 충분하다. 로봇의 업무 효율이 사람과 동일하고 내구연한이 1년이라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가 사람 근로자의 6배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올 뉴 아틀라스’를 연말께 생산 현장에 시범 투입한다는 소식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으로선 당연한 선택이다. 어쩌면 10여 년 후엔 ‘킹산직’(고연봉 생산직)이란 말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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