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외 훈련 온 줄 알았다는 北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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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9 17:42 수정2025.02.19 17:42 지면A31

지난해 10월 북한 군대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직후 미국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을 모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적잖았다. 그러나 이런 오해는 둘의 과정을 비교해보면 곧 해소된다. 우리의 베트남 파병은 매우 공개적이며 떳떳했다. 파병안부터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장병 환송식에는 연도의 시민들이 열렬하게 태극기를 흔들며 격려했다. 이들의 파병으로 미군 차출을 막고, 경제 성장을 위한 씨앗 자본과 군 전력 현대화의 초석을 마련했다.

[천자칼럼] 해외 훈련 온 줄 알았다는 北 병사

반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투입은 위장으로 일관돼 있다. 베트남전 한국군이나 6·25전쟁 때 중공군과 달리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을 입고 러시아군 지휘 체계에 편성됐다. 정확히 말하면 파병이 아니라 ‘용병’이다. 북한 군인에게는 극동 지역 토착민으로 둔갑시킨 위조 여권이 지급됐다. 포로로 잡힐 상황에 처하면 수류탄을 얼굴에 터트려 자폭하고, 전우 시체의 얼굴 부위도 태우도록 명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북한은 대외적 은폐뿐만 아니라 자기 병사들도 새빨간 거짓말로 속이고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조선일보의 북한군 포로 병사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은 “유학생으로 훈련 받으러 간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고 한다. 전장에 투입돼서도 우크라이나 무인기 조종사들을 전부 한국 군인으로 알았다. 부모님은 지금도 자신이 우크라이나에 온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군대 투입을 숨기는 이유는 우선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의 정면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보상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병사 1인당 월 2000달러를 받기로 돼 있다고 하는데, 내부에 알려지면 민심이 이반할 소지가 크다.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임금 중 80~90%가 김정은의 39호실로 들어가는 것처럼 용병 임금 대부분도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군 포로는 대한민국으로 귀순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에게 속아 젊음을 날려버린 그가 자유의 땅에서 꿈을 피우기를 바란다. 귀순자들이 들어오면 북 정권의 실상도 더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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