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트럼프의 암호화폐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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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03 17:38 수정2025.03.03 17:38 지면A31

[천자칼럼] 트럼프의 암호화폐 띄우기

“나는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의 팬이 아니다. 코인은 돈이 아니고, 그 가치는 실체 없는 것에 기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7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집권 1기 시절 그는 암호화폐를 “거품” “투기적 자산”이라며 비판했다. ‘가상자산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그가 180도 바뀐 것은 2022년 대체불가능토큰(NFT) ‘트럼프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 판매로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부터라는 시각이 많다. 대선 패배 이후 재정적 압박을 받던 그가 가상자산의 사업성에 새로이 눈을 떴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취임하자마자 암호화폐 워킹그룹을 신설했다. 덩달아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도 속도를 냈다. 취임식 직전 자신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이름을 딴 밈 코인을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오피셜트럼프는 출시 이틀 만에 1000% 넘게 급등해 시가총액이 1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코인은 유통량의 80%를 트럼프그룹의 계열사 두 곳이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아들들이 주축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직접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취임 첫날에만 1억1000만달러가량의 코인을 사들인 큰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가상자산 전략 비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 리플, 솔라나, 카르다노가 비축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언급된 코인들은 단숨에 급등했다. “이쯤이면 대놓고 시세 조종을 한 수준”이라는 세평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기대로 급등한 암호화폐 가격이 최근 선거 전 수준으로 떨어지자 부양책을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거세게 들고 일어나지 않았겠나.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설립될 미국 국부펀드가 암호화폐를 매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트럼프가 이해 상충 논란에서 끝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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