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종이 빨대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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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1 17:39 수정2025.02.11 17:39 지면A31

종이로 만든 빨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한창이던 2020년대 초반 스타벅스가 선보인 히트상품이다. 당시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연봉으로 전년보다 40% 가까이 오른 2040만달러(약 249억원)를 수령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여 환경보호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천자칼럼] 종이 빨대의 퇴장

국내 외식업계에 종이 빨대 바람이 분 것도 이 무렵이다. 환경부는 2022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구상은 제도 시행 직전인 2023년 11월 백지화됐다. 빨대가 흐물흐물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코팅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영향이었다. 종이 빨대가 제조 과정에서 오히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후 종이 빨대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현재 국내에선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종이 빨대를 쓰는 카페 매장이 거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이 빨대를 퇴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스틱으로의 회귀’(back to plastic)를 주창하며 ESG를 강조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뒤엎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나온 반(反) ESG 행보다. 플라스틱 빨대는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도구이기도 하다. 바이든과 붙은 재선 선거 운동 때 빨간색 플라스틱 빨대에 트럼프(TRUMP) 로고를 새겨 10개 묶음을 15달러에 팔아 1주일 만에 46만달러를 모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으로 ESG 국제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 현황에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195개국 중 마감일인 지난 10일까지 NDC를 낸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하다. ESG 경영에 열을 올리던 국내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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