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상이 된 비대면 쇼핑의 기원은 영국이다. 웨일스 출신 포목상 프라이스 존스가 1861년 세계 최초의 통신판매회사 로열 웰시 웨어하우스를 세웠다. 전국에 미리 제품 카탈로그를 배포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소포로 상품을 보냈다.
20대 젊은 기업가인 존스는 영국 곳곳에 철도가 깔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철도망을 이용하면 하루이틀 만에 근거리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배송 비용도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영국에선 1페니짜리 우표 하나만 붙이면 거리, 무게와 관계없이 우편물을 보낼 수 있었다. 비대면 쇼핑 시장을 개척한 존스는 승승장구했다. 영국에서만 1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그는 1887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160여 년이 지난 지금 비대면 쇼핑은 유통산업의 대세다. 고객의 쇼핑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 1위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2023년 이마트를 매출로 넘어섰다. 미국도 흐름이 비슷하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아마존과 월마트의 매출이 역전됐다. 이 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예나 지금이나 물류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배송이 편리한 플랫폼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돼 있다. 다음 날 아침 집 앞에 신선식품을 보내주는 ‘새벽 배송’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쿠팡도 없었을 것이다.
요즘 쿠팡은 새벽 배송보다 빠른 ‘퀵커머스’에 도전 중이다. 소비자 거주지 동네 매장을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쿠팡이츠 소속 라이더가 1시간 이내에 상품을 전달한다. 미국의 터줏대감 아마존도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주엔 신선식품 당일배송이 가능한 도시를 10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남한 면적의 98배인 미국 전역에서 당일 배송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에, 월마트 등 주요 경쟁사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유통 공룡들의 배송 전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기반 드론과 배송 로봇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실시간 배송이 실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