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美 부통령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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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17 17:50 수정2026.04.17 17:50 지면A23

미국의 부통령 제도는 본래 대통령 유고(有故)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됐다. 대통령의 사망이나 사임 등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권력 공백을 즉각 메우기 위한 목적이다. 강력한 대통령제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 장치인 셈이다. 1804년 수정헌법 제12조를 통해 현재와 같은 러닝메이트 방식 동반 선출제가 확정됐다.

[천자칼럼] 美 부통령의 숙명?

‘영원한 2인자’ 부통령의 입지는 예나 지금이나 모호하다. 존 애덤스 초대 부통령은 “인간이 고안한 가장 보잘것없는 자리”라고 한탄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내리 8년간 부통령을 지냈는데 오바마 그늘에 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작 2016년 대선에서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바이든 대신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 지지했다.

미국 부통령의 비애는 숙명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젊은 에이브러햄 링컨’이라고 치켜세우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적통으로 낙점했다는 JD 밴스 부통령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 차기 주자를 묻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비공식 여론조사에서 밴스 부통령은 1년 전에 비해 8%포인트 빠진 53% 지지율로 1위를 지켰다. 눈에 띄는 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급부상이다. 지난해 3%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35%로 밴스 부통령 턱밑까지 치솟았다. 전통적으로 고립주의(국외 군사 개입 반대) 성향인 마가 노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밴스 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도 초강경 고립주의자로 분류된다. 이번 이란과의 전쟁 초기 군사적 개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그를 종전 협상 책임자로 낙점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려는 ‘독이 든 성배’인지, 변치 않는 충성심을 확인하려는 시험대인지, 마가 적통의 존재감을 입증할 기회를 준 것인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흙수저’ 밴스 부통령의 처신과 결단 그리고 역공…. 복합다층적인 미국 정치를 읽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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