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진 폭설, 2008년생 최가온(세화여고) 다리를 절뚝이며 3차 시기출발대에 섰다. 그동안 준비했던 최고 난도의 기술은 아니었지만 완벽한 연기에 성공했고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1차 시기에서의 부상에도 꿋꿋하게 일어나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낸 소녀는 “엄마!”를 외치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최가온이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88.00점의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설상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다. 여기에 이 종목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 기록(17세 3개월)까지 세웠다.
◇1차 시기 큰 부상에도 도전, 또 도전
최가온은 7살때 스노보드에 입문했다. 2023년 X게임에서 역대 최연소인 만 14세 3개월 나이로 우승한데 이어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까지 제패하며 단숨에 ‘월드클래스’로 도약했다. 2024년 훈련 중 허리 부상으로 수술을 받는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1년 가까운 재활 끝에 복귀했고, 이번 올림픽 직전 월드컵을 세차례나 우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외신들은 그를 ‘천재’ 클로이 김(미국)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할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았다.
하프파이프는 보드 하나에 몸을 의지해 7m 높이의 파이프 벽을 타고 올라 공중에서 3~4바퀴를 회전한다. 가장 아름답지만 그 어떤 종목보다 큰 위험이 따르는 이유다. 1차 시기, 최가온에게 악몽이 펼쳐졌다. 두번째 점프 시도에서 파이프 끝에 보드가 걸려 크게 넘어졌다. 최가온은 충격과 고통으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스스로 일어났다. 한때 전광판에는 ‘출전하지 않는다’(DNS)는 표시가 떴다.
그래도 최가온은 2차 시기에 나섰다. 최가온은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하고 엉엉 울었다. 그래도 이를 악 물고 걷기 시작했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또다시 회전에 실패하면서 최가온은 결선 진출자 12명 중 11위에 그쳤다. 그 사이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88.00점을 얻어 1위로 올라섰다.
3차 시기, 최가온은 ‘할 수 있어. 너는 가야 해’라고 되뇌며 출발대에 섰다. 앞서 두번의 시도에서 몸 상태와 눈이 내리는 코스 컨디션을 파악한 그는 1080도 이상 고난도 연기 대신 900도와 720도 회전을 구사했다. 90.25점을 받아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클로이 김이 3차 시기에서 넘어지면서 최가온은 자신의 우상을 넘어서는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는 “출전 선수 중에 제가 가장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금메달은) 하늘에서 내려주신 거라고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클로이 김 “가온, 또다른 나 보는 듯”
시상식 이후 최가온은 18세 고교생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빠와 코치 벤 위스너에게도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1차 런을 끝내고 마음이 좋지 않아 아빠의 전화도 안받고 짜증을 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친구들이 잠도 안 자고 응원해줬다. 잠시 영상 통화를 했는데 울고 있더라”며 “빨리 한국 가서 보고 싶고 밥도 사주고 싶다. 파자마 파티도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클로이 김은 자신을 보고 성장한 최가온에게 포디움의 가장 높은 자리를 내어줬다. 하지만 그는 “가온이 매우 자랑스럽고, 또다른 나를 보는 것 같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며 진심어린 축하를 건넸다.
자신의 우상 클로이 김을 넘어선 그는 더 높은 곳을 꿈꾼다. 최가온은 “앞으로도 스노보드를 열심히 타서 저 자신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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