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오는 28일 한국 상영을 시작으로 미국 등 세계 극장에서 영화팬을 찾아간다. 2019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받은 이후 첫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영화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키 17’은 1억2000만달러의 제작비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복제인간에 관한 이야기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몇 차례에 걸친 상영 연기 속에 작품 자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마침내 세계 영화 애호가들에게 선보인다.
봉 감독은 한국 현대 영화사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그리고 ‘설국열차’(2013) 등 사회성 짙은 영화를 통해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기생충’을 통해 한국 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쥐면서 세계에 한국 영화를 널리 알렸다.
봉 감독의 영화 제작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영화는 2017년 선보인 ‘옥자’라고 할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에 걸맞은 선택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으나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에서 상영됐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의 영화 ‘미키 17’은 한국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미키 17’의 공식 트레일러에 나오는 대로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만 상영된다. 트레일러의 마지막에 나오는 ‘Only in Theaters’라는 문구는 ‘옥자’의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Only on Netflix)’는 문구와 대비되며 문화산업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있다. 세계 문화산업이 디지털 플랫폼에 의존하면서 전통 미디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봉 감독은 한류 문화 콘텐츠의 넷플릭스화를 선도한 영화감독으로 기록된다. 그는 그러나 본인의 영화 제작과 배분 방식을 닫힌 틀에 가두지 않는다. ‘옥자’를 통해 넷플릭스의 가치를 증명했으나 할리우드에서의 영화 제작을 통해 전통 미디어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봉 감독은 지금까지 제작한 일곱 편의 장편영화에서 항상 기존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시도를 한 바 있다. ‘미키 17’에서도 그의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상영에 앞서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 ‘미키 17’을 본 영화평론가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봉 감독의 천재성을 증명한 또 다른 역작’이라는 평가부터 ‘매우 실망스러운 영화’라는 평도 나왔다. ‘미키 17’이 일반인들로부터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봉 감독이 넷플릭스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이뤄내고 있는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가 한류 콘텐츠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큰 인기를 얻은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2’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문제는 한류 콘텐츠가 지나치게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의존하는 현 실태는 한류문화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류 콘텐츠가 세계 극장과 방송을 통해 글로벌 수용자를 찾아가는 전통적인 방식의 접근은 항상 유효하다. 한류는 봉 감독처럼 넷플릭스와 전통미디어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제작과 배급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