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까지 지구당은 여야 지역 활동의 기본 거점이었지만 운영에 큰돈이 들었다.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할 지구당 위원장들이 일부 기업과 지역 토호 세력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사업 이권이나 지방선거 공천 등을 반대급부로 주는 일이 일어났다. 차떼기 사건은 그런 지구당의 폐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냈다.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불법 정치자금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지구당 위원장을 사퇴하기도 했다.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지구당은 사라졌다. 현역 국회의원들만 지역구에 사무실을 열고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위원장,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구를 관리하는 책임자를 두고 있다. 의원이 아닌 원외 위원장은 선거 때 후보가 되지 않는 이상 사무실을 열거나 정당 활동을 할 수 없어 ‘휴대폰 위원장’이라고도 불린다. 편법으로 자신의 연구소나 변호사 사무실을 지역 사무실로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외 위원장들이 지역 유권자와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고 의원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2024년 여야 대표가 한때 지구당 부활에 공감했지만 돈 선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다. 그런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외 위원장도 지역사무소를 낼 수 있도록 정당법을 개정했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을 내지 못한 지역구에서도 사무소를 통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2028년 총선을 바라보고 양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양당은 원외 사무소의 후원금 모금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당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무소 운영만 해도 돈이 든다. 보통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는데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원외 위원장들이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는 불분명하다. 정치자금법의 감시를 받는 국회의원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불법 자금 수수로 구속되는 일이 반복됐다. 음성적 돈을 완전히 차단할 방지책이 없으면 원외 사무소가 탈법의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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