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벼랑 내몰아도 ‘솜방망이’ 처벌
악플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에는 익명성과 처벌의 불확실성이 있다. 인터넷처럼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는 타인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데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실제로 ‘상습적 악플러’들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악플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실제로 악플러가 처벌받는 비율은 매우 낮다. 악플 작성자에 대한 추적이 어려울 뿐 아니라 법적으로 대응해도 처벌이 오래 걸리고 대부분 소액 벌금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접수된 피의자 8712명 가운데 벌금형 약식기소는 1609명, 기소유예 등 불기소는 3614명으로 총 60%에 달했다. 더욱이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을 통한 악플은 법적 대응도 불가능한 상황이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악플을 달아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적 대응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우선, 명예훼손 혐의에 적용하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음)를 재검토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식으로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악플러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나 법정 구속까지 고려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금전적 제재는 악플을 억제하는 강력한 방안이 될 것이다.악플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심리적 압박을 통한 예방이다. 포털, 플랫폼 등에서 악플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고된 악플은 자동으로 숨김 처리되고, 운영자가 검토하도록 하는 방식도 효과적일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욕설과 혐오 표현을 필터링하고, 부적절한 댓글을 즉시 삭제하는 방식도 악플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악플에 대한 처벌 사례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은 대중의 관심과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에 악플러의 주요 타깃이 된다. 이들이 악플러에 법적 대응을 하고 그 과정을 공개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이를 통해 대중은 악플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걸리고 처벌 받는다’ 인식 중요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교육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은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지만, 이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종종 간과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 인터넷에서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행동의 위험성을 수시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악플은 단순히 의견 차이를 넘어서 타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범죄 행위이다. 악플로 인한 사회적 비극을 막으려면 악플을 달면 무조건 걸리고,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만 ‘악플 잔혹사’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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