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포티 논란의 공통분모 중 하나가 '사용 물건'이다. 특히 아이폰의 유무가 영포티 판별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주황색(공식 명칭 코스믹 오렌지) 아이폰 17 프로가 출시된 후에는 주황색 아이폰이 밈(meme·유행 소재)의 상징이 됐다.
이러한 영포티 밈에는 '아이폰 17 지름신 방지샷'이라고 제목이 붙여질 정도로 주황색 아이폰은 '중년의 아이템', '아재폰'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영포티가 비싸고 튀는 최신 아이템을 휴대하며 '어려 보이려 한다'는 게 조롱의 취지다.
실제 아이폰을 사는 40대와 갤럭시로 옮겨가는 20대가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영포티가 구축한 아이폰의 '아재폰' 이미지 탓에 갤럭시로 갈아타려는 20대가 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넥스트포티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아이폰 케이스가 영포티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아재들이 쓰니까 후져 보이기 시작한다"며 격노하는 모습까지 포착된다.
◇ 통계로 나타난 '영포티 아이폰 밈'
한국갤럽이 매년 발표하는 주 사용 스마트폰 브랜드 사용률 조사에서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은 각각 72%와 24%를 기록했다.
단순히 연령별로 구분해보면 갤럭시 인기 상승은 20대 이하가, 아이폰 인기는 40대가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연령대도 성별로 다시 구분해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세대별로 선호도가 크게 뒤바뀌고 있다. 여성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아이폰 사용이 늘었다. 여성이 아이폰의 카메라 기능을 더 신뢰하는 경향에서 이러한 현상이 비롯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아이폰 선호도가 높았던 20대 이하 남성의 경우, 올해는 갤럭시가 56%·아이폰이 43%로 갤럭시가 역전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이며 가장 큰 차이로 갤럭시가 앞섰다. 30대 남성도 2023년 이후 갤럭시가 점차 격차를 벌리더니 최근에는 69% 대 26%로 3배 가까이 커졌다.
유독 40대 남성만 아이폰 사용률은 늘고 갤럭시는 떨어지고 있다. 그전까지 20%를 넘지 않던 40대 남성의 아이폰 사용률은 올해 3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이동량은 16%포인트로 전 성별/연령대 중 가장 크다. 떨어져도 70%대 중반을 유지했던 갤럭시 사용률은 60%대 초까지 내려갔다.
'영포티 밈'과 이후 쏟아진 2030세대의 조롱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갤럭시=아재폰', '아이폰=MZ폰'이라는 공식이 성립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는 아저씨들이 아이폰을 많이 산다는 이미지가 생겼다"면서 아이폰을 쓰다 최근 갤럭시로 '환승'한 배경을 설명했다.
28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정보기술(IT) 전문 유튜버 잇섭도 지난 8월 영상에서 "요즘 '영포티'라는 말이 있다. 아이폰을 쓰면 젊고 어려 보이는 느낌이 있다 보니까 아이폰을 선호하는 시각도 생긴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 영포티, 업무용으로 아이폰 '환승'
X세대의 주축인 50대는 10대 시절에 무선호출기(삐삐)를, 20대에 PCS폰을, 30대에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40대는 과거 20대 때 아이폰 출시에 따른 스마트폰 태동을 접한 세대다. 다만 이때 이들은 소비 여력이 없었다.
비로소 40대가 돼서 여유가 생기자 이들은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됐다. 실제 쇼핑 관련 검색량을 제공하는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아이폰 17 프로뿐 아니라, 갤럭시 S25 울트라, Z폴드7 등 '플래그십' 모델을 가장 많이 검색하는 이들은 40대 남성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새로운 전자기기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남성이 구매력까지 갖추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영포티 밈처럼 눈에 띄는 색상을 선호하는 것 또한 40대 특성 중 하나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40대는 브랜드가 드러나는 명품 선호도가 높은 세대기도 하다. 어떤 분야든 부러움을 받거나 주목받는 소비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키덜트'(아이 같은 감성의 어른) 열풍도 40대에서 주로 많이 나왔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영포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간 업무 편의를 위해 선호도가 더 높기도 한 갤럭시지만, 아이폰도 최근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앱이 일부 통신사를 통해 출시되고 2023년부터 현대카드를 통해 제한적으로라도 애플페이 기능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갤럽 조사에서 화이트칼라라고 할 수 있는 사무/관리 직종에서 아이폰 사용률이 올해 35%로 역대 최고(2021년 29%→2022년 30%→2023년 32%→2024년 29%→2025년 35%)로 집계됐다.
◇ 변화 없는 아이폰 뒤로 하고 세련돼진 갤럭시 향하는 넥스트포티
젊은 층 사이에서 최근 애플 아이폰의 변화는 미미하고, 삼성이 폴더블 시장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는 이유도 있다. 새로운 경험을 지향하는 젊은 세대에게 갤럭시가 오히려 젊고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삼성닷컴에서 폴드7와 플립7을 사전 구매한 전체 고객 중 10~30세대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삼성이 폴더블을 처음으로 출시한 후 10~30세대 구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이달 초 만 19~49세 스마트폰 유저들 1200명에게 물은 결과, "갤럭시가 예전보다 세련된 것 같다"(65.7%)와 "아이폰의 혁신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낀다"(70.2%)는 응답이 과반을 넘어섰다.
◇ 진보일수록 아이폰, 보수일수록 갤럭시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할수록 아이폰 사용률이 높고, 보수 성향일수록 갤럭시 사용률이 높아지는 흐름도 확인됐다. 2023년까지는 이러한 경향성이 흐릿했으나 지난해부터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갤럭시 사용률은 보수 75%·중도 73%·진보 70% 순이다. 반면 아이폰 사용률은 진보 27%·중도 25%·보수 21%다. 작년 갤럭시 사용률은 보수 75%·중도 68%·진보 66%였고, 아이폰 사용률은 진보 31%·중도 24%·보수 16% 순이었다.
온라인에선 '우파는 갤럭시, 좌파는 아이폰'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20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아이폰을 주로 사용하고, 국민의힘 인사들은 갤럭시를 사용하는 모습이 확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박영선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을 탈당했던 윤미향 전 의원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아이폰을 쓰는 정황이 공유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폰 사용자로 확인된다. 과거 민주노총 간부들도 시위 때 아이폰을 쓰는 장면이 다수 포착됐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시 대표, 경선에 나왔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하태경 전 의원, 최재형 전 의원 등이 갤럭시 사용자로 나타났다.
이은희 교수는 "공교롭게도 20대 남성과 40대 남성은 정치 성향도 완전히 다르다. 두 세대가 '나는 너와 다르다'는 차별화 심리가 전자기기 선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보/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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