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이 정상을 향한 끝없는 욕망을 그려내며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주지훈은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ENA 사옥에서 진행된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 인터뷰에서 작품에 임한 소회와 연기 철학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클라이맥스'는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권력의 카르텔에 뛰어든 검사 방태섭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생존극을 담았다. 정치와 재계, 연예계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맞물린 권력의 정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지훈이 연기한 '방태섭'은 정상을 향해 질주하는 검사다. 주지훈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 OTT를 넘나들며 장르물의 중심을 견인해 왔다. 날카로운 카리스마와 그 이면의 외로움을 동시에 품은 주지훈은 욕망에 사로잡힌 태섭이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완성하며 극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주지훈과 일문일답.
▲ 기존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 저에게는 공부가 많이 되는 작품이다. 원래는 '19세' 대본이었는데 '15세'로 시청 등급에 맞춰 내용을 바꿨다. 표현이나 워딩은 바꿀 수 있어도 설정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해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OTT 채널에서 방송하느냐, 지상파나 유튜브에서 하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수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화장실 키스신의 경우에도 찍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스킨십 외에 딱 키스 장면 하나뿐이었고 밀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더한 것이 없었음에도, 막상 TV 화면으로 보니 파급력이 예상보다 더 크게 다가오더라. "파격적이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지점을 보며 대중의 시선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됐다. 균형을 완벽히 맞출 수는 없겠지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그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 이야기 자체의 수위가 높은 것 같다. 작품을 선택했을 때 걱정은 없었나.
= 일상에서 저는 다작을 하다 보니 실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너무 유의 깊게 다가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안 좋은 기사를 굳이 클릭해서 보지 않는 편이다. 작품을 볼 때 어느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질까 봐 의도적으로 뉴스를 멀리한다. 그래서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감독님께도 굳이 묻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대본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면 세상이 공정하거나 공평하지는 않다는 점을 감독님이 잘 펼쳐놓으신 것 같았다. 극 중 인물이 박재상 사건을 알고도 묻은 것은 분명 나쁜 행동이다. 그런 인물이 연민과 양가적인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지점이 시청자들에게 시원시원한 재미를 준 것 같다.
▲ "조직에만 충성한다"라는 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유명했고, 현재 선거 시국이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텐데 캐릭터를 준비하며 부담은 없었나.
= 극은 극일 뿐이다. 정계와 재계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수위도 높다 보니, 인물들을 보며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시선이 있어서 "제작사 괜찮아?"라고 물어보긴 했다. 제작진이 괜찮다면 배우인 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저는 출연하는 배우일 뿐이니까. 전작 '중증외상센터'도 유쾌하게 그려졌지만, 사람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이 나오는 만큼 가벼움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사명감만 강조하면 극적 재미가 떨어지기에 그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 방태섭을 처음 봤을 때 인상은 어땠나.
= 저는 작가님들을 만나서 각각의 장면을 다 같이 고민한다. 그렇게 소통하다 보면 캐릭터가 가진 본질적인 특징들이 나오더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 캐릭터 내에서 나의 쓰임이 무엇인지 살폈다. 실제로도 이렇게 욕망을 다 드러내는 사람이 현실에 존재한다. 태섭이가 국회의원을 찾아가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은 해석이 다양해질 수 있는 지점이라 흥미로웠다.
▲ 주지훈, 하지원 주연 드라마라고 해서 '어른 멜로'를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이 다르더라.
= 감독님이 저에게 "태섭은 상아를 사랑한 것 같으냐"라고 물어보셨다. 저는 태섭이 상아를 사랑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대했던 정통 멜로가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대본의 흐름상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전우애가 존재한다. 어찌 됐건 태섭은 상아가 벌려 놓은 제안에 응하게 된 입장이다. 관계에서 먼저 제안을 수락한 사람이 한 수 접고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한 수 접어주는 사람이 상대를 더 사랑하게 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 하지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 굉장히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선배라는 느낌을 받았다. 연기에 집중하면서도 자신의 공간을 잘 지키고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분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섬세하고 곱게 연기를 받아주셔서 정말 편하게 작업했다.
▲ 오정세, 차주영과의 연기는 어땠나.
= 서로 합을 맞추는 재미가 컸다. 혼자 연기할 때는 과해 보일 수 있는 설정도 그들과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부분이 있다. 현장을 활기차게 만들어갔고, 워낙 말을 재밌게 하는 분들이라 리액션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 엔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그럴 수 있잖아"라는 느낌을 주는 장르물이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임했다. 극 중 에피소드 중 실제 사건이 연상되는 것들이 있지만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다. 다만 뉴스에서 들리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한 일들이 많다.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있기에,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극에 잘 녹아들었다고 본다.
▲ '중증외상센터'의 유쾌한 모습에서 완전히 변신했는데, 이런 행보도 전략적인 선택인가.
=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전략가처럼 치밀하게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저는 직관적인 편이다. 점심에 중식을 먹었으면 저녁엔 다른 걸 먹고 싶지 않겠나. 늘 경계하며 새로운 작품을 찾지만 저 또한 인간이기에 주어진 자리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려 한다.
▲ 캐릭터 구축을 위해 참고하는 모델이 있나.
= 주변에 다양한 인간 군상이 많다. 연쇄살인마 정도가 아니면 대부분 현실에서 접해본 인물들이다. 전문가가 아닌 시청자가 봐도 매끄럽게 넘어가는 맥락을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재미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재밌게 느껴지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고, 순간순간 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선택한다.
▲ 극 중 '새끼 호랑이'로 불리지 않나. 중년 남성에게 '새끼'라는 표현이 어색하진 않았나.
= 그 표현이 오히려 재밌더라. "가능성 있지만 아직은 까불지 마라"라는 느낌이 확 오지 않나. 저도 그 느낌을 똑같이 받고 있다. 그래서 "내가 새끼인지, 진짜 호랑이인지 보여줘야겠다"라는 연기적 욕망이 생기게 하는 단어였다.
▲ '핑계고'에서 김남길, 정경호와 함께 수다 '3인방'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 '클라이맥스' 홍보가 목적은 아니었지만 타이밍이 잘 맞아서 고마웠다. 다만 저를 수다 '3인방'으로 묶는 것은 조금 억울하다. 저는 피해자다. '3시간'을 찍어서 '2시간' 분량이 나왔는데 제가 말한 건 편집된 게 전부다. 저는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 '2시간'짜리 영상인데 3주 만에 '1170만뷰'가 나왔다. '핑계고' 대상 욕심은 없나.
= 대단한 수치다. 사실 김경호 형이 말할 때 저는 좀 지겨웠다.(웃음) 저는 평소에 말을 자르는 편인데, 다음 이야기가 예상이 돼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처음 듣는 시청자들은 재밌어하시는 걸 보며 공부가 됐다. 저희는 서로 아는 얘기를 하니까 자꾸 자르게 되더라. 저는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번 '핑계고'의 주인공은 단연 경호 형이다. 분량과 활약을 봤을 때 대상은 경호 형의 몫이다.
▲ 본인의 다작 이유를 직접 분석해본 적이 있나.
= 분석해봤다. 저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액션 장면을 찍을 때도 몇 바퀴를 구를지, 바닥이 진흙인지 미리 다 확인한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는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위험 요소를 미리 나눠서 대비하기 때문에 데미지가 적어 다작이 가능한 것 같다.
▲ 차기작으로 '재혼황후' 공개 소식이 있다.
=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작품이었다. '재혼황후'는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메가 'IP'인데,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아 거절했다. 그런데 신뢰하는 분들이 왜 주지훈이 필요한지 설득해 주셨고 제 주변 여성 지인들도 모두 아는 작품이더라. 저에게는 없는 감성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또한 웹툰 원작의 '2D'를 '3D'로 옮기는 과정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데, 디즈니와 함께 철저한 프리프로덕션을 거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선택하게 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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