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주관적? 실체의 마법”… 춤토르, 분위기 빚는 9요소 꼽아
사물 배치, 공간 간 관계도 작용… 이를 체험하게 한 ‘유동룡미술관’
재료-빛-풍경-동선 어우러지고, 정성 더해져 비로소 분위기 완성
소셜미디어는 나를 표현하거나 나의 존재를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이 잘 나오는 분위기 좋은 식당이나 장소는 나의 취향을 대변한다. 이런 곳들은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에 의해 취향이 유사한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파된다. 그렇다면 분위기 좋은 가게, 분위기 좋은 동네, 분위기 좋은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는 가장 먼저 인간의 몸처럼 벽과 기둥, 내·외부 재료 등이 혼합돼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건축 자체가 첫 번째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라 말한다. 두 번째는 공간을 만들 때 쓰이는 재료가 가진 질감과 무게감, 빛의 반응 등과 같은 물성이다. 이 물성이 주변 재료들과 서로 반응하며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공간의 소리와 온도다. 예컨대 목재로 만든 공간과 콘크리트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는 서로 다르고, 공간의 온도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
다섯 번째는 공간에 있는 사물들이다. 아끼는 물건을 집 안의 좋은 곳에 두면, 그 공간은 한층 더 아름다운 분위기를 갖게 된다. 춤토르는 “물건들은 세심한 관심과 사랑 속에 조화를 이루며 거기에는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있다”며 공간과 사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분위기에 주목했다. 여섯 번째로 공간이 주는 안정감과 자유로움의 조화다. 적절한 안정감을 주면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분위기의 실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분위기가 좋은 가게에서는 적절한 안정감과 경직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일부 관공서들은 방문객의 편의를 명목으로 동선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공간 사용을 제한해 공간 활용이 경직돼 있다. 이는 시민을 위한 개방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지 못한다.
일곱 번째로 춤토르는 실내와 실외, 개인 공간과 공공 공간 등 두 공간의 관계가 분위기를 만든다고 말한다. 집의 앞마당이나 동네의 공원은 집과 동네의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카페나 식당도 테라스와 같은 야외 공간이 있으면 좀 더 색다른 공간 연출을 할 수 있다. 여덟 번째는 개인이 느끼는 공간의 크기나 무게감이다. 예를 들면 커다란 성당 문을 열 때 느껴지는 분위기와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나 운동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분명 다르다. 마지막으로 빛이다. 같은 장소라 해도 맑은 날, 해 질 녘, 그리고 어두운 밤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얼마 전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으로 유명한 재일교포 건축가 고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을 위한 제주 유동룡미술관을 답사했다. 이 미술관은 그가 작고한 후 그의 딸 유이화 건축가가 설계했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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