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 없이 콧물만 이용해 만성 비부비동염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은 나민석 이비인후과 교수와 문서진 용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콧물에 있는 특정 단백질을 활용해 2형 만성 비부비동염을 진단하는 방법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유럽 알레르기 임상면역학회지 '알레르기(인용지수 12.0)'에 실렸다.
만성 비부비동염은 비강과 부비동 점막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환자는 코막힘, 콧물, 안면 통증, 후각 저하 등을 호소한다.
만성 비부비동염은 염증 양상에 따라 크게 2형과 비2형으로 구분된다. 2형과 비2형은 발생 기전과 치료 반응이 달라 정밀한 치료 계획을 세우려면 사전 진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
2형 부비동염을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은 점막 조직을 통한 병리학적 검사이지만 수술과 조직 생검 등 침습적인 방법이 필요해 환자 부담이 컸다.
연구팀은 이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콧물에 초점을 맞췄다. 환자의 콧물과 비강 점막 조직을 확보한 뒤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통해 2형 염증 상피세포에서 발현이 증가한 CST1 유전자를 후보물질로 발굴했다. 2형 환자에게선 CST1 유전자가 만드는 시스타틴SN 단백질 발현이 높아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콧물의 시스타틴 SN 단백질 발현양은 증상 중증도, 후각 저하 정도 등 환자가 보이는 임상 지표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조직에서 2형 염증 정도도 잘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콧물 시스타틴 SN 단백질의 예측 정확도를 알아보기 위해 ROC 곡선 분석을 했더니 기존에 제시된 혈액 지표보다 예측 정확도가 더 높았다.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정확도가 높은 AUC 값은 0.894를 기록했다.
나 교수는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에서 개별 염증 양상에 기반한 맞춤형 정밀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선 치료 시작 전 환자의 염증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콧물을 통해 2형 염증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새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