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나이가 마흔 중반이 됐어요. 열두살 이렇게 어린 친구랑 멜로 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잖아요. 그런 사랑도 있겠으나 거부감이 드는 분들도 계시죠. 그것도 좋지만, 제가 해야 하는 몫이 있다면 사람을 그리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 조인성은 스스로 "멜로 한도초과"라고 했다. 과거 멜로의 한 획을 그었던 그는 이제 사랑의 감정을 넘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목표라고 했다. 자칫 자기복제에 빠질 수 있는 멜로 장르보다, 한 사람의 입체적인 감정과 서사를 다룰 수 있는 이야기에 더 끌렸다고. '휴민트'는 그런 의미에서 조인성이 지향하는 바에 부합했다.
조인성은 오는 11일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 '휴민트'로 다시 한번 극장가의 중심에 선다.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류승완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그는 이번에도 깊이 있는 내면 연기와 절제된 액션으로 관객을 만난다.
"앞으로 또 류 감독이 하자고 하면 하긴 무조건 합니다. 요즘 제 상태가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멜로를, 그닥 선호하지 않아요. 사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사랑은 그 중의 하나인 거죠. 전체적으로 이 사람을 그려보고 싶은 겁니다."
그가 말한 '사람'은 단지 인물의 서사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영화 속 조 과장을 연기하며, 인간적인 선택과 구조적 시스템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스크린에 선다. 정보원을 잃은 트라우마를 안고 냉정한 요원에서 서서히 감정을 회복해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휴민트'라는 작품이 그리는 조과장의 여정이다.
"조과장의 시점으로 영화가 출발해서 매듭지어요. 안내자예요. 안내자의 역할이라는 건 어떤 감정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제 표정과 제 대사로 지금 느껴야 할 것은 이거야, 라고 집어주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는 조 과장을 '무력'과 '정서' 양 극단의 긴장 속에서 연기했다. 액션 장면은 육체적 강도보다 감정의 발산으로 접근했고,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국정원 요원이라는 직업적 이미지를 탈피해 따뜻함과 인간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최대한 다정하고 정서적으로 공유를 할 수 있게끔. 서울말을 사용하면서도 감정을 실어서, '당신을 도우려고 하는 거다'라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이 같은 조 과장 캐릭터의 운용은 조인성 자신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는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보여주기'보다는 '지켜보기'를 택했고, 그것이 때론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지켜보는 게 힘든 연기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개인기나 표정을 과하게 하거나 멋을 추구하면, 배우의 연기가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바라보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죠."
'휴민트'의 액션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하다. 긴 다리를 활용한 동작이 돋보이긴 하지만, 액션 자체를 특별하게 여기는 배우는 아니다.
"액션은 매일같이 버거워요. 하지만 제가 선택을 한거죠. 액션에 대한 큰 의의를 두진 않아요. 액션 배우를 꿈꾼 적도 없어요. 액션 연기 다 하는 거 아닌가요? 퀄리티를 따지는 눈은 없어요. 같이 작업한 사람, 본 사람들이 잘 했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는거지 스스로 평가하진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선배 배우로서의 역할에 더 집중했다. '무빙'과 '모가디슈'에서는 류승룡, 김윤석과 같은 선배들과 함께 했다면, '휴민트'에서는 1번 타이틀롤로 현장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후배 배우들과의 연결 고리, 현장 프로덕션과 배우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프로덕션과 배우들 사이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현장의 상황과 배우들 컨디션을 공유하고 이해시키는 것. 그게 선배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인성은 박정민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애정을 보였다. 후배에게 '공간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제는 저 혼자 이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이 하는 거죠. 박정민도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고, 그게 케미고 앙상블이죠."
그는 지금 한국 영화계가 처한 현실도 직시하고 있다. 침체된 극장가, 줄어든 관객 수, 그리고 '휴민트'를 포함한 세 편의 한국영화가 설 연휴에 함께 개봉하는 상황. 그는 동료들과 함께 이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이 혼자 꽃을 피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의 위기이자 기회예요. 영화 산업이 안 좋아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산업은 바뀌고, 변화는 막을 수 없어요. 그 안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거죠."
올해 조인성은 '휴민트'를 시작으로 나홍진 감독의 '호프',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너무나 중요한 작품들에 출연한다고 하자 그는 "모두 도와주셔야 한다"며 "내가 뭐라고 운명을 짊어지겠나"라고 했다. 그는 "저 혼자 어떻게 출격하나. 셀카를 찍을 수도 없는 거고"라며 농담을 하면서도 "세 감독님들이 이 시장에 출격을 하신 것"이라고 했다.
"아직 볼만한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 할거고, 공료롭게 세 감독과 일하게 되어서 행복하고 부담이기도 해요. 제가 생각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관객들이 평가해 주시길 기다리는 수 밖에. 다만 어깨가 무거운 건 사실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퇴근길이슈] 정은우 사망·첸백시 가압류·제니 200억 건물·박정민 사과](https://image.inews24.com/v1/61d604745662eb.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