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숙 명인 "여성국극, 우리나라의 기가 막힌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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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시사회

"정부 지원 필요"…박수빈 "영화, 여성국극 주목하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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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하는 국극인 조영숙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다큐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기자간담회에서 국극인 조영숙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11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내 대(代)에서 끝낼 게 아니라, 제자들 대에서 끝낼 게 아니라, 길이길이 돼야 합니다. 여성국극은 우리나라의 위대한, 기가 막힌 문화유산이에요."

조영숙(91) 명인이 11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이하 '여성국극') 간담회에서 여성국극의 의미와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명인은 1세대 여성국극의 희극 조연 배우이자 현재 국가무형유산 발탈 보유자다. 발탈은 한쪽 발에 가면을 씌워서 하는 연희다. 그는 드라마 '정년이'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있다.

영화 '여성국극'은 조 명인과 그의 제자인 3세대 배우 박수빈과 황지영이 여성국극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조 명인은 "1951년부터 (여성국극을) 했으니 햇수로 75년째"라며 "영화 제목처럼 여성국극이 끊어질 듯하면서 유지된 것은 우리의 피나는 노력으로 제 위치에 놓으려 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국극이 고전 판소리, 한국무용, 재담, 국악 등이 어우러진 총체적 예술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 국극의 끊김은) 거창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무대예술의, 창극계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인맥이 안 끊어지고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나라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명인은 여성국극을 이어가려는 제자들에 대한 미안함도 전했다.

그는 "내가 이제 90이 넘었다. 이제 제자들이 그 고생을 할 것을 생각하면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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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다큐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유수연 감독(왼쪽부터), 국극인 조영숙, 황지영, 박수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3.11 scape@yna.co.kr

영화는 조영숙과 그의 제자들이 여성국극 '레전드 춘향전' 공연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았다. 춘향이의 적극적인 성격 등 '춘향전'의 재해석을 놓고 조영숙과 제자들은 이견을 보인다.

배우 황지영은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차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있다"며 "선생님들도 저희의 시각을 이해해주셨고 저희도 기존 선배님들이 하신 정통성을 현세대에게 전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균형을 잘 유지해 갔다"고 떠올렸다.

1950년대 여성국극은 한 해 동안 한국 영화보다 많은 신작을 만들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이후 점점 인기가 줄었다. 공연 제작비를 투자받지 못해 배우들이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드라마 '정년이'로 재조명되고 있다.

박수빈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재정이었다. 아무도 지원하려 하지 않았다"며 "혼자가 아니고 황지영 배우와 같이 한 덕에 제자 둘이 힘을 모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황지영은 '정년이' 방영 이후 인기를 체감하는지 묻는 말에 "(여성국극 관련) 뉴스 기사에 악플이 달리더라"며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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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다큐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기자간담회에 유수연 감독(왼쪽부터), 국극인 조영숙, 황지영, 박수빈이 참석하고 있다. 2025.3.11 scape@yna.co.kr

이들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여성국극을 향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했다.

박수빈은 "영화를 통해 당시 여성국극이 있었고 우리 공연예술계에 어떤 힘이 되었는지, 어떤 영향을 줬는지 다시 한번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수연 감독은 "(여성국극이라는) 혁명적이고 문화적인 사건을 앞으로도 대한민국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며 "역사의 중심에는 한순간도 여성국극 무대를 떠나지 않은 조영숙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영광"이라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유 감독은 판소리를 담은 영화 '수궁', '여성국극'에 이어 차기작으로 한국무용을 담은 영화를 만들어 국악 3부작을 완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영화 '여성국극'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encounter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1일 16시5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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