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역량 활용땐 '한국판 웨스팅하우스'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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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연구소.

“우리가 축적해 온 제조업 역량을 십분 활용하면, 핵융합 시대에 한국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제조 역량 활용땐 '한국판 웨스팅하우스' 나올 것"

곽세현 막스플랑크 책임연구원(사진)은 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핵융합계가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던 스텔라레이터 분야에서 한국이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텔라레이터는 외부 자석의 꼬인 배열만으로 자기장을 만드는 핵융합 발전 방식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연속 운전이 가능해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에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 받고 있다.

독일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소인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연구소에서 핵융합 발전소 종합 설계 부문의 리드를 맡고 있으며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등에 관련 논문 50편 이상을 게재한 곽 연구원이 스텔라레이터의 산업적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텔라레이터가 블루오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 핵융합 연구는 크게 토카막과 스텔라레이터 두 분야로 나뉘는데, 토카막 연구 비중이 훨씬 높다. 1968년 소련(현 러시아)이 개발한 토카막 장치가 1000만도의 플라즈마 온도를 달성하며 이후 연구가 토카막 방식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한국 첫 국가 차원의 핵융합 실험 장치 KSTAR 역시 토카막 방식이다.

곽 연구원은 “토카막 방식도 장점이 있지만 미국 빅테크의 막대한 투자를 등에 업은 미국 CFS의 핵융합 장치 ‘SPARC’와 중국이 천문학적 규모를 투입해 준비 중인 핵융합 장치 ‘BEST’가 당장 내년에 가동될 예정”이라며 “정부 지원과 어마어마한 자본을 등에 업은 미국과 중국이 향후 상용 발전소를 짓기 시작하면 이들이 만든 장치들이 자연스레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고 냉정하게 한국은 쫓아가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카막 방식은 장치 구조가 단순한 대신 운용 단계에서 플라즈마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스텔라레이터 방식은 정반대다. 제어보다 발전 장치 설계 자체가 숙제다. 복잡한 설계 구조를 통해 플라즈마가 구조적으로 제어된다. 이 때문에 운용 단계에서 제어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신 복잡한 설계 구조를 가진 만큼 제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이는 제조 강국인 한국에 유리한 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곽 연구원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은 약 4000억원을 들여 KSTAR를 12년 만에 완성해냈다“며 “체코 원전 수주,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도 제조 역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조에 필요한 설계 기술만 빠르게 뒷받침되면 스텔라레이터 분야에서 한국은 핵융합 발전소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과 품질로 수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설계 영역에서도 이 분야 1위 독일과의 역량 차이는 있다. 다만 학계에서는 그 차이가 “시작이 늦은 것은 맞지만 극복하지 못할 차이는 아니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 때문에 곽 연구원은 지금이 스텔라레이터를 산업화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우리의 제조 엔지니어링 실력, 납기 준수 역량을 활용하면 독일 등에 비해 최대 5년 정도의 여윳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설계 역량 강화에 하루 빨리 투자한다면 스텔라레이터 기술이 상용화됐을 때 독일 등 강대국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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