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젊은 나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은 넘겼다. 보통의 우리는 세상일을 헤쳐나가다 보면 이리저리 비틀거리기 마련이라, 지나온 40대가 부끄러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대한탁구협회장을 지냈다. 좌충우돌은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지난 이력을 보면 우려보다는 기대가, 불안보다는 희망이 더 다가온다. 계엄 때문에 더 많은 관심 속에 취임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정도다. 불리한 가운데서 늘 기적의 승리를 거둔 ‘젊은 회장’에게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이사회에서 마케팅실을 신설했다고 한다. 국내 대부분의 체육단체는 그동안 돈이 없다고 한탄하는 건 익숙하지만, 마케팅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에는 인색했다는 인상이 짙다. 이 점에서 신선하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만연했던 체육계의 후진적 ‘습속과 행태’를 걷어내려 노력해야 한다. 스포츠계에는 고립과 폐쇄적인 문화가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다. 이로 인해 (성)폭력과 억압적인 지도, 패거리주의, 보신주의 등 수많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본다.
자기 고립적 문화를 극복하려면 커튼을 열어젖히면 된다. 대한체육회를 운영하는 일의 방식과 원칙은 ‘공개와 참여’가 돼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고, 시스템을 개방하며, 누구나 결과를 알 수 있도록 하라. 과정은 공정하고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면 된다. 물론 결과가 정의로울 필요는 없다. 특정 집단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말할 때의 정의라면 더욱 그렇다. 스포츠에서 정의로운 결과는 오로지 선수의 노력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또 대한체육회는 오로지 ‘체육인만을 위한 단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한체육회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저항조직으로, 특정 집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조직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만이 목표인 조직과 국민의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는 조직은 미래가 다르다. 눈앞의 메달과 성적을 외면하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스포츠 미래 전체를 그리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방점이 생활체육인을 넘어 ‘비생활체육인’에도 찍혀야 한다.
한국은 지금 대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스포츠는 상대와 치열하게 대결한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너와 나는 없고 우리만 있다. 럭비의 정신은 ‘노 사이드(No Side·더 이상 편은 없다)’다. 스포츠 정신의 요체는 패배는 깨끗이 인정하고, 상대는 증오가 아닌 존중으로 대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이런 정신이 더 확산돼야 하지 않을까. 유 당선인이 두 발은 체육인에, 그러나 두 눈은 국민을 향하고 스포츠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바란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 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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