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희생자 새긴 우크라 선수 헬멧…IOC '사용 금지' [2026 밀라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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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2.10 08:44 수정2026.02.10 08:44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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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가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헤라스케비치는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 슬라이딩센터에서 진행된 연습 주행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희생된 자국 스포츠인들의 모습을 헬멧에 담아 착용하며 주목을 받았다.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에는 우크라이나 역도 유망주였던 알리나 페레후도바, 권투선수 파블로 이셴코, 아이스하키 선수 올렉시이 로기노프, 배우 겸 운동선수 이반 코노넨코 등 실명을 포함한 전사자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이들 중 일부는 제 친구였다"며 "이 헬멧은 그들을 기리는 방식이자, 전쟁의 현실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헤라스케비치의 헬멧 사용을 불허했다.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을 근거로 들어, 정치적 표현으로 간주되는 해당 헬멧의 경기 사용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IOC는 경기장과 관련 구역 내에서 정치·종교·인종적 선전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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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그의 행동에 지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 투쟁의 대가를 세계에 알렸다"며 "이 진실은 불편하거나 부적절하거나 스포츠 행사에서의 정치적 행위로 불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평화와 생명을 위하는 올림픽 운동의 역사적 사명에 충실하다"며 "러시아는 그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헤라스케비치는 개막식 직전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며 "전 세계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개인 중립 선수'(AIN) 자격으로 올림픽 참가를 허용받은 것에 대해 "많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 중이다. 그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No War in Ukraine'이라는 문구를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헤라스케비치는 이번 개막식에서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입장한 주자로 나섰으며, "이 역할이 메달보다 중요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이 가장 두렵다"며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계속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성적이나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존재하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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