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핵무장은 문제 해결 아닌 더 큰 안보 불안의 시작[기고/권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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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석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전 대통령안보전략비서관

권희석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전 대통령안보전략비서관
애초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개발에는 법적 다툼이 없었다. 이와 달리 북한은 NPT 가입 후 금지조항을 중대하게 위반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강력한 제재를 바탕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거부한다.

동시에 수십 년간 거국적 투자로 핵무기를 수십 발 가진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당장 완전한 비핵화를 기대하긴 난망하다. 그렇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특단의 책무를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7일 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엄중한 공약을 재확인”했다.

현재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억제와 외교의 두 요소 중 억제에 과도하게 집중한 결과, 외교는 막히고 군사적 긴장은 매우 높아졌다. 억제 요소를 대폭 강화하려는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안보를 증진하기보다는 역으로 안보를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우리의 핵무장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더 큰 안보 불안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45년 핵시대 개막 후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10년여 뒤 선제공격을 받아도 살아남아 상대에게 보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포의 균형’ 상태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광란의 핵경쟁을 벌여 양국의 총 핵무기 수가 1986년 6만3000개로 사상 최고치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우리 핵무장 과정에서 북한은 선제타격 압박을 강하게 느낄 것이고, 핵무장 후에는 남북 간 안심할 수 있는 공포의 균형을 이룰 때까지 무한 핵확장 경쟁을 벌일 것이다. 냉전기 미소가 겪었던 오판과 우발사고로 인한 일촉즉발의 핵전쟁 순간들을 협소한 한반도에서 대치하는 남북은 과연 모면할 수 있을까. 일본과 대만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란 등이 핵무장 기회를 놓칠 리도 만무하다.

북핵 위협 억제를 위해 역대 정부들은 유사시 미국의 재래전력과 핵역량을 활용하는 확장억제에 의지해 왔다. 미국의 선의에 기댄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양국은 다양한 명칭의 핵협의체들을 설치해 왔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출현 횟수를 늘려왔다. 앞으로 우리 상황에 맞는 확장억제의 다양한 메뉴들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는 한편,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평화적 농축·재처리 활동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아 합법적인 핵문턱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다.

이와 함께 외교를 활성화해야 한다. 전통적인 핵전략 이론은 핵무기를 고립시켜 보는 것은 온전하지 않으며 폭넓은 정치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북 관여와 대화를 늘려야 한다. 우리가 당사자인 북핵 문제 해결을 동맹에만 부담지울 수 없고 그렇다고 혼자 하기도 힘겹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 이해관계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와도 적극 협의해 비핵화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한다.

역대 정부는 북한 도발은 억제하고 외교의 창은 열기 위해 노력해왔다. 두 요소를 슬기롭게 운용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 대북전략의 일관된 원칙이자 국민들이 공감하는 상식이다. 올봄이면 트럼프 2기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되고 새 정책이 시동될 것이다. 탄핵 정국 이후 우리 정부는 원칙과 상식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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