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호모 모빌리언스와 호모 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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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벤처계의 대부'로 불렸던 고(故) 이민화 전 카이스트 교수가 2012년 <호모 모빌리언스>라는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인류의 진화 발전 단계를 호모 에렉투스(직립 인간)→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호모 디지쿠스(디지털 인간)에 이어 호모 모빌리언스(모바일 인간)를 추가했다. 이어 인류의 역사를 '네트워크의 역사'라고 정의하고, 육상 네트워크인 '실크로드'와 해상 네트워크인 '바닷길', 온라인 네트워크인 '인터넷' 등 네트워크 발달 과정을 추적했다.

[인&아웃] 호모 모빌리언스와 호모 데우스 - 1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용어도 최근 종종 쓰이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5년 3월 표지 기사 '스마트폰의 행성'(Planet of the phones)에서 처음 소개했다. 내용은 스마트폰 등장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모바일 기기 없이 생활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이어 2018년부터 '1인 1스마트폰'이 보편화됐다.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날씨를 확인하고, 노래와 드라마·게임을 즐기고, 사진·동영상을 촬영하고, 쇼핑도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어느덧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가 됐다.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에 뿌리를 내리게 된 데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공이 매우 컸다. 소셜 네트워크는 모바일 기기와 결합해 사람 간 소통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소셜 네트워크는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진화 중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집단지성이 호모 모빌리언스 힘의 원천이라고 이 전 교수는 책에서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습득·공유하고, 전에 없던 방식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K-팝을 비롯한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 바람은 동남아를 넘지 못하고 잦아들었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총아' 유튜브(YouTube)가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유튜브가 세계 디지털 미디어의 최강자가 된 배경에는 개방성이 한몫했다.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올리는 방식으로 고속 성장했다. 인기 유튜버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유튜버라는 조사 결과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기업들의 마케팅 타깃과 뉴스 소비도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로 옮겨간 상황이다. 다만 공신력이 미흡한 것이 흠이다. 통제 수단의 미비로 유해 영상물과 가짜뉴스, 음모론 등을 전파하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진실과 진리보다 흥미와 재미를 추구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는 세상이다. AI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컴퓨터 시스템을 의미한다. 2022년 12월 생성형 AI의 대표주자인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개인의 취미, 업무 활용에 접목되면서 실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인간의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인공지능이 생명공학과의 접목을 통해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할 '호모 데우스'(신이 되고픈 인간)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섬뜩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7 15: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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