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변곡점에 선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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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한미동맹이 변곡점에 서 있는 형국이다. 한미동맹의 뿌리는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전쟁 후 폐허 속에서 한국의 생존을 보장해준 안전망이었다. 냉전 시기 '혈맹' 개념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안보와 경제발전을 떠받친 토대였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패 역할을 했고, 미국이 설계한 국제무역 질서와 금융체계는 경제성장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최근 한미 간 외교·국방 현안의 핵심 키워드는 '동맹 현대화'다. 다분히 미국의 이해와 요구가 담긴 개념이다. 여기엔 국방비 증액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함께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는 듯하다. 대북 억제 중심에서 벗어나 대만·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임무를 확대하려는 전략적 유연성 구상이다. 조만간 공개될 미국의 국방전략(NDS) 보고서는 동맹 현대화의 향방을 가늠할 문서다. 미국 내에선 나토식 집단방위 개념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요체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한국의 역할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이냐다.

이런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앞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측은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동맹 현대화의 필요성에 대체적으로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상회담의 테이블 위에는 청구서가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식 협상'은 돈과 조건을 수반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국방비 증액과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진짜 속셈은 단순한 재정적 기여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전략 구상에 어디까지 발을 담글 수 있느냐에 있다. 대만 유사시 한국의 역할에 관한 논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의 안보·외교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주한미군의 임무가 대만·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대된다면, 한반도 방위 태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북한-러시아 간 밀착 속에 대북 억제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역시 복잡해질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으로 규정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안보·경제·외교가 뒤엉킨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동맹 현대화 논의가 본격화되면, 한국의 선택은 역사적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해법은 한미 간 신뢰를 공고히 하면서 협상의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거부하면 병력 감축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이를 수용하면 한반도 안보가 위태로울 수 있다. 따라서 "대만 유사시에도 한국은 한반도 방어에 집중한다"는 '예외적 원칙'을 명확히 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국방비 증액과 방위비 분담금, 전략자산 비용 등의 문제에서도 어떤 부분을 양보하고 고수할지 신중히 계산해봐야 한다. 한미동맹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8월04일 14시2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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