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그리스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여부를 놓고 국왕콘스탄티노스 1세와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총리가 대립했다. 친독일 성향인 콘스탄티노스 1세는 중립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취한 반면, 베니젤로스 총리는 그리스 영토 확장을 위해 연합국에 협력하자는 전략을 내세웠다. 국왕이 1915년 베니젤로스 총리를 해임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그리스는 둘로 갈라졌다. 베니젤로스 총리는 북부에 대립정부를 세운 뒤 연합국 지원을 받아 국왕을 폐위했다. 그리스의 분열은 제2공화국 붕괴로 이어졌고, 1940년대까지 정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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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경찰버스로 만든 차벽을 사이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왼쪽 사진), 반대(오른쪽 사진)하는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2025.2.15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전 대통령은 2017년 교사파업을 이끌어 주목을 받았고, 2021년 대선에서 좌파 자유페루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결선투표에서 50.125%를 득표해 49.875%를 얻은 우파 민중권력당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후지모리 측은 '대선 사기'라고 주장했다. 양측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왔다. 카스티요는 광산 폐쇄와 천연자원 국유화를 추진했는데, 이는 기업과 대중의 반발을 샀다. 또 아마존 지역 교량건설 입찰 과정에 개입해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2021년 10월과 2022년 3월에 각각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부결됐다. 카스티요는 2022년 12월 의회 해산을 시도했고, 의회는 3번째 탄핵안을 가결했다. 카스티요는 '옥중 편지'를 통해 자신이 대통령이며 권력을 찬탈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탄핵 이후 페루는 정정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배경에는 국론 분열이 한몫했다.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인구 중 약 20%가 러시아인이다. 동부 돈바스 지역은 친러시아 성향이어서 격전지가 됐다. 이 지역은 일부가 우크라이나의 지배에서 벗어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으로 편입되면서 찢어졌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의회에서는 친러시아계와 친서방계가 대립각을 세웠다. 우크라이나의 분열은 2014년 크림반도가 국민투표에서 러시아에 편입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진영 간 갈등이 심각하다. 주말마다 광화문 등 도심에선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고, 이는 대학가로 확산 중이다. 여기에 한국사 일타 강사들까지 참전했다. 찬반 집회는 '3·1절'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점가에서는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스톱 더 스틸>과 뉴라이트 역사관을 비판한 <진보를 위한 역사> 등 두 책을 상대로 구매 독려운동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3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는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2016년 출간한 책 <민주주의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민주주의가 갑자기 무너지지 않고, 규범의 침식과 권력남용, 극단적 대립 속에서 서서히 쇠퇴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상호 관용과 자제라는 규범을 통해 민주주의가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은 도를 넘었다. 상호 관용과 자제, 법치주의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극단적 분열과 대립은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2월27일 08시33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