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민관 통상외교 총력전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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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응할 통상외교의 막이 올랐다. 취임 직후부터 중국에 대한 추가 10% 관세,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상호 관세,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등을 쏟아낸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보호무역 정책의 타격을 최소화할 정부와 민간의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캐나다, 일본, 인도 등 각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고자 앞다퉈 워싱턴으로 달려가 면제 협상을 벌인 것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최대한 타격을 줄여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걸려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정부 차원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박종원 통상차관보가 나흘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박 차관보는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을 만나 한미 통상 현안에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줄줄이 예고된 상호관세,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등이 발등에 불로 떨어진 현안이다.

민간에선 주요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사절단이 19∼2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들은 미국 상·하원 의원, 주지사, 내각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한미 비즈니스의 밤' 행사를 열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기업들의 방미 이후엔 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도 현지를 방문해 아웃리치(대외소통·접촉) 활동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장에서 수출상품으로 경쟁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총리 등 국가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협상하는데 정치 공백 상태에 빠진 한국은 정상 간 전화 통화도 하지 못한 채 자칫 관세 폭탄을 고스란히 맞을 운명에 처했다. 통상차관보나 민간 기업 대표들로서는 직접적인 협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일정도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 측 정책 의지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관세와 방위비를 연계한 협상이나 업종·기업 간 연합 투자 등의 협상 전략이 먹힐 수 없는 구조에서 시작하는 불리한 싸움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가 비관세 장벽까지 표적으로 삼고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의약품 등 관세 대상 품목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트럼프노믹스의 거센 파고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교역상대국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이나 환율 개입까지 트집을 잡을 공산이 커졌고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이나 통관절차, 농축산물 검역기준 등 자국에 불리한 교역조건은 무엇이건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진다. 앞서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받기로 한 보조금도 재협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형국이다.

트럼프의 미국중심 관세 폭탄, 한국 대미 수출 충격 예상

트럼프의 미국중심 관세 폭탄, 한국 대미 수출 충격 예상

(평택=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했다.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한국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과 컨테이너 박스들이 세워져 있다. 2025.2.11 superdoo82@yna.co.kr

여러 가지 국내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치 공백 속에서 우리 국익 수호와 수출기업 타격을 최소화하도록 민관이 총력전을 경주하길 기대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통상 총력전을 펼치겠다며 역대 최대인 360조원 이상의 무역금융 지원방안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저출생 고령화, 성장동력 부재, 내수 부진, 정치 공백 등 온갖 어려움이 겹친 상황에서 트럼프 관세 폭탄의 타격까지 받는다면 우리 경제는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에 빠져들 수도 있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8 14:4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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