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무차별 美관세폭탄…수출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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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다. 작은 땅에 딱히 가진 자원도 없으니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율은 2023년 88.9%에 달했다. 그러니 무역 수지(收支)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여길 수 없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생산원가에서부터 환율, 운임, 조업일수, 세금, 수입국 수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역조건에 미세한 변화나 조정이 발생해도 무역수지는 물론 GDP까지 여파가 미친다.

올해 무역업계의 최대 걱정거리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대상 국가, 품목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투하되면서 무역전쟁의 전선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는 일단 유예했지만 중국에 대한 10% 관세는 발효했고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10∼15%의 추가 관세로 맞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도 발표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그 포고문에 내달 12일부터 한국 등에도 이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별도 협상으로 263만t의 쿼터로 무관세를 적용키로 했던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앞서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압박처럼 불법 이민 등 비(非) 무역 이슈를 해결할 수단으로 관세를 무기화한 것과 달리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특정 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목적은 달라도 그 목적을 달성할 무기와 수단으로 무조건 관세를 동원하는 걸 보면 역시 스스로를 '관세맨'이라고 부를만하다.

더구나 철강·알루미늄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한다니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거론되는 품목들이 모두 우리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주요 품목이기 때문이다. 철강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업체들이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침체를 겪고 있는 업종이다. 전체 철강 수출에서 13%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무관세가 철폐되고 25%의 관세를 부과받으면 국내 철강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더구나 우리의 대미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절반에 가까운 49%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고 반도체도 3위의 대미수출 품목이어서 관세 폭탄을 맞으면 그 타격이 치명적이다.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한국도 영향권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한국도 영향권

(평택=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한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한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때 협상을 통해 대미 철강 수출 제품 263만t 물량에 대해 무(無)관세를 적용받아왔다. 하지만 미정부가 관세를 단순화해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일괄 적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동안 수출량 제한 조건으로 면제받던 한국산 철강 제품도 25%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025.2.11 superdoo82@yna.co.kr

보수적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6%로 0.4%포인트나 낮췄는데 특히 수출 증가율은 기존 1.9%에서 1.5%로 내렸다. 작년 수출은 전년 대비 8.2%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KDI뿐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올해 수출 증가율이 1∼2%로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부족했던 1월은 수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10.3%나 급감했다. 2월 1∼10일 수출액은 0.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일평균 수출액은 6.4% 줄었다. 내수도 부진하지만 올해는 수출이 국가 경제를 사수할 최전선이 될 수밖에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대외변수를 상쇄할 특단의 수출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픽] 국내 주요 산업 대미 수출액 비중

[그래픽] 국내 주요 산업 대미 수출액 비중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철강·알루미늄 제품군을 대상으로 세계 모든 나라에 동시에 적용되는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9일(현지시간) 밝히자 한국도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직접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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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2 10:0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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