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은 이런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일반적인 독감 백신만으로 고령층의 면역 방어력을 충분히 높이기는 어렵다. 표준용량불활화독감백신(기존 독감 백신)은 건강한 젊은층에게는 효과적이지만 고령층에서는 면역반응이 약해 효과가 떨어진다. 젊은층은 독감 백신 예방 효과가 70∼90%에 달하지만 65세 이상은 17∼53%에 불과하다. 또 백신 접종률만을 높이는 것으로는 고령층의 독감 위험을 충분하게 줄이기는 쉽지 않다.
2023∼2024년 기준 65세 이상 독감 백신 접종률은 82.5%로 높다. 하지만 2020년 독감 관련 사망자의 88% 이상이 60세 이상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84.6%는 입원 중 숨졌다. 대한감염학회는 ‘2023 성인예방접종 권고안’에서 65세 이상에게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은 면역반응을 강화해 더 높은 항체를 생성하고 지속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독감 백신보다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한 대표적인 백신이다. 특히 ‘에플루엘다테트라’는 대한감염학회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권고하는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중 유일하게 비교 임상시험에서 기존 독감 백신보다 우수한 예방 효능을 입증했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기존 독감 백신보다는 고용량 독감 백신을 우선 접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와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도서관에서 ‘초고령사회, 국가필수예방접종 바람직한 방향은?’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고령자 국가예방접종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서 반드시 추가해야 할 항목에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이 포함됐다. 정부가 진행한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에서도 65세 이상 고면역원성 4가 독감 백신이 상위권에 배정되기도 했다.다만 현재는 NIP에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기존 독감 백신만 무료 접종하고 있다. 기존 독감 백신만으로는 고령층에 충분한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령자 국가예방접종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백신 접종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효능·효과’(70.1%)와 ‘안전성’(66.3%)을 꼽았다. 고용량 독감 백신처럼 고령층에 보다 효과적인 백신이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다. 예방접종 등 의료 분야에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65세 이상에게 효과적인 백신을 보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고령층을 위한 백신 정책은 독감으로 인한 사망과 합병증, 입원 등 의료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노년기를 보장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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