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정몽규 사퇴 이후에도 축구협회 혁신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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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사퇴하겠다고 밝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사퇴하겠다고 밝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의 사퇴는 한국 축구 혁신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 하지만 그의 사퇴 이후에도 협회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한국 축구의 혁신은 쉽지 않다.

정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난해 협회 감사 결과에 따라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처분을 받았다. 협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으나 4월 행정소송에서 패했다. 협회는 항소하기로 했지만 2심에서도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협회 감사는 지난 윤석열 정부 때 실시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도 지난달 ‘국가 정상화 프로젝트’에 협회 혁신안을 포함시킨 상태였다. 정 회장으로서는 연이어 정부와 맞서게 되는 상황이었고, 이는 그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월드컵이 목전인데도 전례 없이 식어 버린 열기로 인해 국내 축구가 팬들의 외면에 따라 산업적으로 고사할 수도 있다는 축구계 내부의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었다. 선거를 통해 연임돼 2029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어차피 행정처분에 의해 회장 업무를 강제로 중단당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팬들에 이어 축구계 내부 비판도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의 잔여 임기 동안 남은 월드컵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지나가면 더 이상 가장 가시적 성과인 월드컵 성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없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낼 경우 그로서는 만회의 기회 없이 최악의 상태에 빠진다.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에서 강제 퇴진당하는 모양새를 갖는 것보다는 선제적으로 사퇴 선언을 하는 것이 낫다. 정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2013년 협회장 취임 이후 한국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2023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인물들을 기습 사면하려 했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및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과 관련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와 함께 협회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한국 축구의 경쟁력도 급격히 추락했다. 이러한 혼란 외에도 오랫동안 축구 발전을 위한 협회의 미래 비전과 세부계획은 불분명했다. 일본이 50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동안 한국 축구는 정체됐다. 후임 회장은 공정성과 합리성을 되살려 협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재설계하고 재건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 협회 선거 시스템으로는 혁신이 어렵다. 지난 협회장 선거인단은 192명이었다. 20만 명에 이르는 축구인을 대표하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숫자다. 선거인단에는 이미 현 집행부에 가깝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는 프로축구단 대표이사, 협회 산하 각종 단체장 및 임원 66명(34%)이 기본으로 포함된다. 나머지는 추첨으로 정해진 선수, 지도자, 심판 등으로 구성된다. 현직 회장 또는 현 집행부에 크게 유리하다. 어려서부터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고 이미 서로 뻔히 아는 축구계에서 소수의 선거인단은 집행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손쉽게 집중 관리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신 투표를 하기 어렵다. 정 회장이 지난 선거에서 일반 팬들의 정서와 달리 85%의 압도적 득표율을 보인 것은 이런 폐쇄적인 선거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폐쇄성과 기득권에 유리한 선거구조는 구체제에 맞서는 젊고 혁신적인 인물들이 나서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정 회장 측근이 나설 경우 상대방이 이 선거체제를 극복하고 이기기는 어럽다. 이 경우 정 회장 체제의 인적 청산이 어려워지고 그 카르텔 속에 과거의 구습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 협회 개혁은 따라서 현 체제 인사들에 대한 책임을 함께 묻는 형식이 돼야 한다. 또한 협회를 사유화할 수 있는 이러한 폐쇄적인 선거 시스템의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협회는 스스로의 개혁을 위해 후임 회장 선거 이전에 선거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이는 협회가 자기 개혁을 위해 언젠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며, 후임 회장은 이를 더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협회 개혁의 진정성은 이 문제에 대한 태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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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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