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하늘속談]비행기 수하물칸은 정말 온도 조절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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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여압 시스템이 장착된 여객기인 보잉 307 ‘스트라톨라이너’. 1938년 만들어졌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최초로 여압 시스템이 장착된 여객기인 보잉 307 ‘스트라톨라이너’. 1938년 만들어졌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원주 산업1부 기자

이원주 산업1부 기자
최근 한 항공사 승객이 객실 밑 수하물 칸에 태웠던 반려동물이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돼 생명을 잃는 일이 있었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반려동물을 수하물 칸에 태우는 것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이 중 일부는 “특정 기종은 화물칸에 에어컨이 없어서 동물을 태우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타는 항공사 여객기는 모두 화물칸 온도와 압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비행기 운항 고도는 국제선이 통상 10km 이상이다. 국내선도 7∼8km의 고도에서 난다. 이 정도 높이에서는 공기가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기압이 지상의 30% 안팎까지 떨어진다. 그만큼 산소도 부족하고 기온도 낮다. 국제선 고도의 경우 외부 기온은 통상 영하 50도 안팎, 국내선 고도에서도 영하 20∼30도 수준이 된다. 그래서 비행기에는 기내의 온도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압력 및 온도 조절 시스템(PACKS)’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관리한다.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공기를 한껏 빨아들여 고압의 압축 공기를 만들어야 한다. 통상 지표면 기압의 3배 수준으로 압축된 공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공기가 압축될 때는 공기 온도가 200도 이상으로 뜨거워진다.

바로 이 뜨거워진 고압의 공기를 매우 낮은 외부 기온을 활용해 적당한 온도로 식혀 항공기 기내로 공급한다. 이렇게 조절되는 기내 압력과 온도를 ‘여압’이라고 부른다. 통상 객실 온도는 24도 전후, 객실 기압은 평균 2∼3km(약 6000∼8000피트) 고도의 기압 수준이 유지된다. 이는 한라산이나 백두산 정상 정도 높이의 기압으로 이 정도 환경에서 건강에 문제가 생길 확률은 낮다. 그리고 이렇게 여압이 조절되는 한 기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질 이유도 없다.

이런 여압 시스템은 수하물 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린 후 극저온 때문에 꽁꽁 얼어붙었거나 극저압 때문에 포장이 죄다 터져버린 수하물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조절하는 온도 자체는 객실보다 조금 더 낮게 유지해 15∼20도로 조절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여압 시스템도 기계라서 고장이 날 수 있다. 만약 높은 하늘을 날던 비행기의 여압 시스템이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 곧바로 산소마스크가 내려오고, 비행기는 비상을 선언하고 급강하하도록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 안전 규정에는 여압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 승객들이 2만5000피트(약 7.5km·지면 기압의 약 40%) 고도의 압력과 기온에 2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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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산업1부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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