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레이 달리오의 '경제 심장마비'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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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레이 달리오의 '경제 심장마비'경고

레이 달리오가 요즘 다시 바빠졌다. 그는 1260억달러(약 180조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 창업자다.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당장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줄이지 않으면 3년 안에 심각한 부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부채 죽음의 소용돌이’(debt death spiral) ‘경제 심장마비’(economic heart attack) 등 무시무시한 표현을 동원했다.

1975년 브리지워터를 세운 달리오는 전설적인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 흐름을 활용하는 전략) 투자자다. 지난 50년간 크고 작은 부채 사이클을 직접 경험했다. 과거 500년간 세계를 호령한 제국들의 부채 사이클과 흥망성쇠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그런 달리오가 자신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트럼프와 의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오는 9월에는 <국가는 어떻게 파산하는가>라는 제목의 새 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달리오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6% 안팎인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트럼프의 감세정책이 모두 현실화하면 7.5%까지 올라간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그러면 국채 공급에 비해 투자 수요가 줄면서 금리가 치솟는다. 미국 정부는 이자를 갚는 데 더 많은 재정을 써야 하고, 어느 순간 기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더 많은 국채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달리오는 이런 ‘죽음의 소용돌이’가 먼 미래가 아니라 3년 안에 벌어질 일이라고 공언한다.

달리오의 경고가 국내 독자에게 생소하게 들리는 것은 ‘남의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GDP 대비 국가 부채가 120%에 달하는 미국과 50% 언저리인 한국은 엄연히 다르다는 이유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식이다. 빠르게 고령화하는 인구구조와 성장률 하락을 감안할 때 한국의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확대로 2060년 국가 채무가 GDP 대비 144.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GDP의 5.8%까지 높아진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비율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다소 낮아졌지만 작년까지 5년 연속 정부 목표치인 3%를 웃돌았다.

더 큰 걱정거리는 ‘생산성이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달리오는 부채는 이중적이라고 말한다. 빌린 돈으로 그 이상의 생산성을 만들어내면 채권자, 채무자, 국민이 모두 행복하지만 생산성 증가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는 부채는 모두에게 재앙이라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1%대에 진입하고 있고,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수가 급감하는 한국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법인세 펑크를 상속·증여세가 메우는 것도 그렇다. 성공한 기업인을 벌주는 세계 최고 상속세율이 기업가정신을 더 위축시킨다. 저성장의 악순환이다.

달리오는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어떤 지출을 줄이고 어떤 세금을 늘릴지 다투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보텀업’ 접근법이 아니라 ‘재정적자 GDP 대비 3%’라는 대원칙을 정하는 ‘톱다운’ 방식이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야당 반대로 도입이 무산된 재정준칙과 일맥상통한다. 달리오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진짜 문제는 정치”라고 일갈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래도 남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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