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울산 사령탑 오른 신태용 "명문 호랑이 돌려놓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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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홈 경기 앞두고 취임 기자회견…"긴장 풀고 즐기는 축구"

"포메이션 없다시피한, 한골 먹으면 두골 넣는 축구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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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는, 즐겁고 재미있는 축구를 펼쳐보겠다"고 큰소리쳤다.

신 감독은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13년 만에 K리그 사령탑으로 돌아온 소감을 밝히고 올 시즌 목표, 팀 운영 방안에 관해 설명했다.

2012년 12월 성남 일화(현 성남FC)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K리그를 떠났던 그는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 A대표팀 감독, 인도네시아 각급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올해 1월 인도네시아 감독직에서 경질된 뒤로 성남FC 비상근 단장으로 활동하다가 7위로 추락한 '디펜딩 챔피언' 울산의 요청에 K리그 감독으로 복귀하게 됐다.

신 감독은 울산 선수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 등으로 살인적인 일정을 쉴 틈 없이 소화한 점을 지적하면서 일단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나아가 즐거운 축구를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이 그간 선수들 뼛속에 있는 '엑기스'까지 뽑아서 경기한 것 같다"면서 "찬 바람이 불기 전에 컨디션이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울산이라는 명문을 맡으면서)부담감, 책임감이 없다는 거짓말"이라면서도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려고 한다. 선수들에게도 즐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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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울산 신임 감독

[촬영=안홍석]

이어 "내 능력이 안 된다면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잘 먹혀서 재미있는 축구를 하게 된다면 팬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울산과 선두 전북 현대의 승점 차는 26점으로 벌어졌다. 사실상 역전 우승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냉정히 말하면 우승은 힘들다고. 다만 2, 3위는 충분히 갈 수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곧바로 이날 오후 7시 30분 '스승'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제주SK FC를 상대로 4천634일 만의 K리그 복귀전을 치른다.

신 감독은 울산 부임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했다고 한다.

둘은 전날 울산의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나 리그 흐름에 관한 얘기를 나눴으나 서로의 팀과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여기 서너 명 아는 기자 있는데, 아는 척도 안 하네? 눈도 안 마주치고?"라고 농담하는 등 매우 밝은 분위기 속에서 기자들과 사담을 나누듯 기자회견에 임했다.

다음은 신 감독과의 일문일답.

-- 울산 부임 소감은.

▲ 올해 원래 쉬려고 했다. 전혀 준비를 안 하고 있었는데, 울산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동안 성남 비상근 단장을 하며 K리그2 경기는 봤지만 1부 경기는 거의 안 봤다. 이왕 왔으니까 잘 준비해야 한다. 울산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 명문 호랑이가 돼서 반전할 수 있게끔 잘 준비하겠다.

-- 전북과 승점 차가 많이 벌어졌다. 현실적인 목표는.

▲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냉정히 말하면 우승은 힘들다고. 다만 2, 3위는 충분히 갈 수 있다. ACL 출전권을 따내는 게 목표다.

-- 선수들과 훈련을 진행했을 텐데, 느낌은 어떤가.

▲ 분위기 끌어올리는 데에 중점을 뒀다. '모험수'가 될 수 있겠지만, 훈련보다는 휴식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전술 얘기 안 하고 사적인 얘기 위주로 했다. 선수들끼리도 이빨 서로 보이면서 얘기 많이 나누라고 했다. 울산이 클럽월드컵 갔다 와서 한 번도 못 쉬었다. 노장 선수들 얼마나 경기 소화했는지 데이터를 뽑아봤는데, 김영권은 작년부터 한 번도 못 쉬고 50경기를 뛰었더라. 다음 주 화요일까지 7~8일 특별 휴가를 줬다. 가족 여행 다녀오라고 했다. 영권이를 제외하겠다는 게 아니다. 다음 주 수원FC와 경기에 선발로 나설 것이다. '네가 리셋하고 돌아와야 후배들도 따른다'고 했다. 울산이 그간 선수들 뼛속에 있는 엑기스까지 뽑아서 경기한 것 같다. 찬 바람이 불기 전에 컨디션이 돌아오기를 바란다.

-- 13년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가.

▲ 포메이션이 없다시피 한 축구를 하겠다.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는 축구를 하겠다. 트렌드에 맞는 축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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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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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치진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 김판곤 감독님 계시면서… 분위기가 안 좋게 끝나서 물갈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한 명은 남겨서 가교 역할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박주영이다.

-- 대표팀이 아니라 클럽을 맡게 됐으니 좀 더 스케줄이 빡빡할 텐데 적응은 잘 될까.

▲ 내 성격상 힘든 부분이 많다. 대표팀이 내 성격엔 맞다. 그래도 잘 준비해야 한다. 일주일마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하고 훈련하는 부분, 내가 스스로 잘 만들어 나가겠다.

-- 울산의 주축 선수 대부분을 각급 대표팀에서 지휘해봤다. 울산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데에 이 부분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 신태용이 어떤 스타일인지 선수들이 이미 안다. 서먹하지 않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선수들 분위기는 좋다. 구단에서는 몇분이 '이런 분위기 처음 본다'고 얘기하더라. 내 기준으로는 '텐션'이 50%만 올라왔는데, 그동안 그럼 어떤 분위기 속에서 운동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 오늘 제주와 경기 전술은.

▲ 3-4-3 포메이션이다. 포백 포메이션도 (스태프가) 들고 왔길래 '이러면 또 내가 트릭 쓴다는 소리 듣는다'고 했다. 하하. 오늘 첫 홈 경기다. 재미있는, 닥치고 공격하는 축구를 하겠다. 신태용은 역시 신태용이구나, 그런 느낌 받게끔 준비했다.

-- 13년 동안 K리그가 얼마나 바뀐 것 같나.

▲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 울산 클럽하우스를 보고 이렇게 좋은 구장에서 일할 수 있게 돼 너무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로 성남 시절에 리그 6연패했지만, 그때 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울산은 시스템이 좋은 곳이다. 완벽하게 느껴진다.

-- 가장 최근에 지휘한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늘 '언더도그'였다. 울산은 리딩 클럽이다. 부담감은 없나.

▲ 부담감, 책임감이 없다는 거짓말이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려고 한다. 선수들에게도 즐기라고 했다.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들어가고 밸런스가 깨지고 무리한 모션이 더해지면 부상이 올 수도 있다. 축구는 실수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내 능력이 안 된다면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잘 먹혀서 재미있는 축구를 하게 된다면 팬들이 좋아할 것이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8월09일 19시2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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