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와 값 사이에는 사이시옷이 붙습니다. [죄깝]으로 소리 나니까 우리 말 표기법에 따라 사이시옷을 쓰는 게 옳습니다. 죄값이 아니라 죗값이어야 비로소 새로운 한 단어가 완성됩니다. 죄에 대하여 치르는 대가라는 뜻의 바로 그 말 말입니다. 시옷은 값의 ㄱ이 ㄲ으로 소리남을 입증하는 이름표이자 두 말을 잇는 딱풀이며, 잊기 쉽지만 잊지 않는 게 좋은 규범이자 국어생활의 피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값은 한자로 가(價)이니까 죄가(罪價) 해도 잘못은 아닙니다. 죄값을 더 많이 쓰긴 하지요. 전세가(율), 전세값이 둘 다 제법 쓰이는 것과 견줄 수 있습니다. 접미사 [-가]를 쓰는 단어가 드물지 않습니다. 상한가 하한가 최고가 최저가 경매가 낙찰가 도매가 소매가 감정가 고시가 약정가 적정가 희망소비자가……. 형식논리로는 가와 값은 서로 바꿔 쓸 수 있겠으나 꼭 그러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촬영 안 철 수, 재판매 및 DB금지] 2023.7.14,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쓰임새 확인 차원에서 함께 거론할 만한 단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사죄(謝罪)입니다. [지은 죄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빎]이 사전의 풀이입니다. 사죄의 뜻을 비치다, 사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다, 사죄할 계획이 있다 처럼 쓸 수 있습니다. 사전은 [남편은 사죄나 하는 듯이 아내의 손목을 잡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을 끊는다. ≪김정한, 옥심이≫]를 용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잘못을 뉘우치며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고자 하면 [사죄합니다] 하면 됩니다. 그것이 어법에 맞게 쓰는 것이라고 국어책과 사전은 가르칩니다. 그런데도 [사죄드립니다] 하는 것이 더 공손하게 비친다고 봐서일지 그렇게들도 씁니다. 감사(感謝)와 매한가지입니다. 감사는 고맙게 여기다, 고마운 마음이 있다는 뜻이기에 역시나 '감사합니다' 하는 게 어법에 맞습니다. 하지만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식으로 해야 더 예의를 갖췄다고 여기는 태도가 있습니다. 사죄든, 감사든, 하다든, 드리다든 어디 말이 중요하겠습니까. 그럼, '뭣이 중헌디'? 말해 무엇합니까. 마음이고 실천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강재형, 『강재형의 말글살이』, 기쁜하늘, 2018
2. 연합뉴스 스타일북 2020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9 05: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