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아니, 안, 아니하, 않, 못, 말

7 hours ago 3

- 갑순이는 안 나갔다.(O)

- 갑돌이는 못 나갔다.(O)

- 갑순이는 나가지 않았다.(O)

- 갑돌이는 나가지 못했다.(O)

- 호순이는 말 나갔다.(X)

- 호순이는 나가지 말았다.(X)

- 호돌이는 나가지 말면 좋겠다.(O) / 호돌이는 나가지 않으면 좋겠다.(O)

- 아이가 바르지 못하다.(O) / 아이가 못 바르다.(X)

- 이것은 책이 아니에요.(O) / 이것은 못 책이에요.(X)

부정문의 세계로 듭니다. 쉬운 듯 쉽지 않고 어려운 듯 어렵지 않습니다. 직관으로 이해되는 것은 그대로 익히고 이치를 따져가며 하나씩 챙겨봅니다.

우리말 부정문 형태는 둘입니다. 짧은 것은 단형, 긴 것은 장형이라고 합니다. 안 나갔다, 못 나갔다, 짧습니다. 서술어 앞에 안, 못을 두면 끝입니다. 안은 단순한 부정이나 주체의 의도 때문에 그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못은 주체의 무능력이나 외부 원인으로 그 행위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뜻하고요. 갑돌이가 무슨 이유로 나갈 수 없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장형은 [-지 아니하], [-지 못하] 모양입니다. 나가지 아니하였다, 줄여서 나가지 않았다 합니다. 아니 준말이 '안'이고 아니하 준말이 '않'임을 기억합니다. 안 나갔다는 아니 나갔다 할 수 있습니다. 못 부정을 길게 쓰면, 나가지 못했다 합니다. 갑돌이가 못 나간 사정이 내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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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부분 캡처

안, 못 부정은 평서문과 의문문일 때만 가능하고 청유문이나 명령문일 때는 불가능합니다. '말다' 부정은 그 반대이고요. 말 나갔다, 나가지 말았다 표현은 성립하지 않지만 나가지 마, 나가지 말자 하는 것은 말이 됨을 알겠습니다.

다만, … 말면 좋겠다 / …지 말았으면 한다 / …지 말기를 바란다 / …지 말기를 원한다 / …지 말기를 희망하다 / …지 말기를 빈다 / …지 말기를 기대한다 / … 말기를 같은 표현처럼 말하는 사람의 희망이나 바람을 나타내는 문장은 평서문에서도 [-지 말다]가 쓰일 수 있습니다. [호돌이는 나가지 말면 좋겠다]는 어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호돌이는 나가지 않으면 좋겠다]가 더 편하게 읽히지 않나요?

못 부정에 관해 하나 더 살핍니다. 형용사 등 상태성 서술어일지라도 화자의 기대에 못 미침을 표현할 땐 못 부정을 쓸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바르지 못하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못하다, 과일이 신선하지 못하다 하고 말입니다. 이 경우는 어떤 기준에 이를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불급 부정이라고 국어책은 이름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땐 단형 부정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못 바르다, 먹을 것이 못 넉넉하다, 과일이 못 신선하다 하는 표현은 아니 된다고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pp. 246-249. 문법 해설 도움말, 못 부정 예문 인용

2. 국어생활 10호, 1987년 가을호 중 <<국어 부정문의 통사와 의미>>(임홍빈 서울대 교수, 국어학) - https://www.korean.go.kr/nkview/nklife/1987_3/1987_0307.pdf

3.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안"과 "못"의 차이점 - https://m.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04261

4.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못 부정문과 안 부정문 - https://m.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07695

5.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5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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