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시키다' 대 '하다'… 시키지 말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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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회는 본회의에서 ○○법안을 재석 △명에 찬성 ?명, 반대 ?명으로 가결시켰다. ② 국회는 본회의에서 ○○법안을 재석 ◇명에 찬성 ?명, 반대 ?명으로 가결했다.

서술어에서 차이를 보인다. 시키다 대 하다. 어느 쪽 손을 들어주어야 하겠나. 뼈대만 추려 보자. 국회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대 국회는 법안을 가결했다. <가결(可決)하다>는 사람이나 단체가 안건을 투표나 다수결로 옳다고 결정한다는 뜻이다. 국회는 법안을 가결하면 되지 가결시킬 필요는 없다. 국회를 주어로 세운 문장에서 더는 가결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싶다. 법안을 주어로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자. 국회를 주어로 바꾼다면 국회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될 것이다. 통과시키는 것이 가결하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 '-시키다'에 대한 사전의 정의

'-시키다'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시키다 남용이 여전하다. 그 기업은 환경 보호 의지와 소비자 편의 향상 기술을 접목시켜 신제품을 완성했다는 식으로들 쓴다. 본래 나무를 접붙이는 게 접목이지만, 여기서 접목하다는 둘 이상의 다른 현상 따위를 알맞게 조화하게 한다는 의미를 빗대고 있다. 역시나 접목시키기보다 접목한다고 하면 그만이다. 기업이 신제품을 만드는 데 의지와 기술을 접목했다는 것 아닌가. 이 밖에도 파괴하고 훼손하고 몰살해도 될 듯한데 꼭 파괴시키고 훼손시키고 몰살시킨다고 쓰는 예가 많다.

지나친 시키다 집착을 꺾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국어책이 가르치는 '시키다' 사동문의 특징을 익히는 게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다. 앞말과 사이에 을/를이나 부사어 등을 넣을 수 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발표시켰다 하면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켰다는 뜻이다. 또, 일반적으로 앞말과 분리될 수 있는 '하다'에 대한 사동 표현이다. <부모님이 딸에게 감동을 했다>는 <딸이 부모님을 감동을 시켰다>이다. '-하다'와 관련된 서술어는 사동형이 '-하게 하다'가 되는데 그것을 '-시키다'로 바꾸면 같은 의미가 된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글짓기를 연습하게 한다'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글짓기를 연습시킨다'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권오운,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 ㈜문학수첩, 2006

2.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3. 표준국어대사전

4.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3월03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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