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소를 예전에는 뭐라고 했을까요? 한쇼라고 했답니다. 크다는 의미의 형용사 '하'에 관형사형 어미 -ㄴ, 명사 '쇼'가 하나 된 합성어입니다.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쇼는 이후 한소를 거쳐 황소로 변했다는 것이 사전의 설명입니다.
한쇼가 한소가 된 것은 자음 ㅅ 뒤에서 모음 ㅑ ㅕ ㅛ ㅠ가 ㅏ ㅓ ㅗ ㅜ로 바뀌는 근대 국어 후기 현상과 관련 있습니다. 다만, 19세기에 한이 황으로 바뀐 것은 음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사전이 큰 수소(암, 수 할 때 수)라고 황소의 말뜻을 풀이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황소라고 하면 일단 크다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되어서입니다. 굳센 느낌을 주는 황소는 학교, 정당, 프로스포츠팀 상징 동물로 한때 쓰였거나 여전히 쓰입니다. 몸집 크고 힘센 운동선수를 일컫거나, 우직한 사람을 빗댈 때도 사용합니다.
그러나 '한'이 '황'으로 바뀌자 한자 황(黃. 누렇다)이 연상되기 일쑤입니다. 황소를 황우(黃牛. 누런색 소)로 보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경북 청도군청 제공=연합뉴스] (DB 자료사진)
황소가 들어 있는 속담이나 관용구를 드물지 않게 봅니다. 우연히 뭔가 알아맞히거나 일을 이루는 경우 [황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다]고 합니다. 추울 때는 작은 구멍에도 엄청나게 센 바람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고 씁니다. 절대 꺾이지 않으려는 기세로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사람을 보면 [저 황소고집을 어떻게 꺾어] 하고 한숨을 쉬게 됩니다.
제목에 황소를 쓴 영화가 있습니다. 두고두고 영화사에 남을 흑백필름 ≪성난 황소≫(영어 원제 Raging Bull, 다른 제목 '분노의 주먹')입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1980년 내놓은 작품은 세계 미들급 복싱챔피언 제이크 라모타(로버트 드니로 분)의 성공, 좌절, 몰락을 그립니다. 링 위에서 어퍼컷을 날리던 챔피언은, 이젠 술집 스탠딩코미디 대기실에서 섀도복싱 하며 중얼중얼합니다. "내가 보스(boss)야, 내가 보스라고 보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2.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3.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F/07455
4. 유튜브 채널 Movieclips: Raging Bull (12/12) Movie CLIP - I Could've Been a Contender (1980) HD
5. ClipCafe: Go get 'em, champ. I'm da boss, I'm da boss, I'm da boss, I'm da boss, I'm da boss... I'm... - https://clip.cafe/raging-bull-1980/go-get-em-s1/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3 05: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