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비빔밥 식이면 강아지는 새끼개?

1 month ago 8
고형규 기자

왜 비빔밥은 비빔밥이고 개새끼(강아지)는 개새끼로 말을 만들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느닷없이 무슨 이야기냐고요?

육회비빔밥

육회비빔밥

[촬영 남궁선]

그건 이렇습니다. 밥은 밥인데 비빔 밥이니까 비빔밥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개는 개인데 새끼 개이니까 새끼개 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고 개새끼라 했습니다. 비빔밥은 일종의 특수(비빔)+보편(밥)이고, 개새끼는 보편(개)+특수(새끼)인 셈입니다. 글은 다른 조어 원리를 짚으며 새 말이 만들어지는 이치를 견주어 보게 했습니다.

비빔밥은 골동반(骨董飯)이라고도 합니다. 오래되었거나 희귀한 옛날 기구나 예술품을 뜻하는 그 골동, 맞습니다. 사전은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것이 한데 섞인 것'을 골동의 두 번째 풀이로 했습니다. 고기나 나물 따위와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밥을 골동반은 나타냅니다. 딱, 비빔밥입니다. 볶음밥 잡채밥 잡탕밥은 모두 이 비빔밥 식 조어입니다. 보슬비 소낙비 함박눈 싸라기눈 김칫국 감잣국도 같습니다.

골동반

골동반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새끼는 욕설로 주로 쓰입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강아지란 뜻으로는 이것 대신 댕댕이나 반려견을 씁니다. 드물게 말하더라도 개 한 뒤 띄어쓰기하듯 한 번 쉬고 나서 새끼 합니다. 더러 새끼개라고 부연하지요. 사전을 찾아보니 첫 번째 풀이가 [개의 새끼]로 돼 있습니다. 사전이 무성의하다고 비판받는 하나의 예입니다. 비빔밥만큼이나 자주 쓰는 개새끼 식 조어가 있습니다. 햄버거랑 같이 먹는 감자튀김입니다. 튀김감자라 하기보다는 감자튀김 하지요. 같은 계열로 계란찜, 갈비찜, 생선구이, 닭백숙, 떡볶이처럼 음식 이름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비빔밥 역시 밥비빔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황규민의 먹고싸는 이야기] 먹거리 그리고 불고기와 비빔밥 (입력 2022.01.17 15:03) - https://www.dand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13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1 05: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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