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프로야구가 3월 22일 개막합니다. 겨울 가고 봄 오고 야구도 끝내 옵니다. 푸른 들판에서 글러브 끼고 즐기는 공놀이일까요? 아니면, 야외에서 방망이 휘두르며 으르렁대는 공싸움일까요? 놀이든 싸움이든 야구(野球. 들 야 공 구. baseball. やきゅう)는 그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에 주목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야구에 견주어 축구(蹴- 찰 축. soccer) 농구(籠- 대그릇 농. basketball) 배구(排- 밀어낼 배. volleyball)는 어떤가요? 크게 보아 이것들은 행위와 양태에 주목한 이름입니다. 골문에 공을 발로 차넣고, 바구니에 공을 던져넣고, 상대 쪽에 공을 밀어 넘기는 스포츠이니까요. 그렇다면 야구는 누구(壘- 진영 루. 1루 2루 할 때 그 루) 타구(打- 칠 타) 격구(擊- 칠 격) 척구(擲- 던질 척)여야 제격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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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다른 많은 경우처럼 일본에서 이름이 넘어온 야구는 그렇게도 불렸습니다. 한 예로 1957년 동산고등학교의 청룡기 3년 연속 우승기에 한자로 루구선수권대회라고 쓰인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야구를 방추(棒球. 방망이 봉 -)라고 한답니다. 직역하면 방망이 공놀이인 셈입니다.
일본어 잔재가 많았던 야구입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오랜 숙제였지요. 2006년 4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야구용어위원회(위원장 허구연)가 야구용어를 고쳐보겠다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습니다. 그 결과 방어율이 평균자책점으로, 플라이볼이 뜬공으로 바뀌는 등 변화가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여전하다고 해도 극언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간혹 궁금해지는 것은 좌익수, 우익수라 하는데 가운데 있는 수비수는 왜 중앙수, 중간수가 아니라 중견수이냐는 것입니다.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한겨레신문 '안전모' 쓴 이승엽? KBO 야구용어개정안 내놔 / 수정 2006-04-20 18:39 등록 2006-04-20 18:39 - https://www.hani.co.kr/arti/sports/baseball/117397.html
2.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스포츠(야구) 판에 남아 있는 왜색 용어 / 발행 2018.12.06 08:10 - https://www.osen.co.kr/article/G1111044248
3. KBS 뉴스 [스포츠그램] 스포츠 용어에 남아있는 일본어 / 입력 2015.08.17 (08:43) 수정 2015.08.17 (11:21)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131089
4. 강재형, 『강재형의 말글살이』, 기쁜하늘, 2018
5. 위키백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 https://ko.wikipedia.org/wiki/청룡기_전국고교야구_선수권대회
6.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2월28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