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그게 전부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참수 작전에 관여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 전직 요원의 말이다. ‘60초’는 표적물 최종 확인에서부터 타격 명령, 작전 완료까지 걸린 시간이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한 최초의 국가 간 전쟁이라는 미국·이란 전쟁은 미군 현장 총지휘관 브래드 쿠퍼 중부군사령관도 언급한 대로 초 단위, 곧 ‘생각의 속도’로 진행됐다. 개전 첫 24시간 동안만 1000개, 한 달 뒤 1만 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었던 것은 AI 시스템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미군 AI 시스템의 핵심인 팰런티어테크놀로지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SS)은 “간밤에 이란혁명수비대 보급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정보 장교의 질문에 위성 영상과 드론 정찰 데이터, SNS까지 분석해 답을 내놓는 수준이었다.
팰런티어는 세계 최대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에 비해 매출은 2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2.5배 더 크다. 현대전이 미사일, 탱크 등의 화력에 기반한 ‘플랫폼 전쟁’에서 모래알처럼 파편화돼 있는 데이터를 연결해 숨은 의미를 포착하고 이를 ‘킬 체인’화하는 ‘알고리즘 전쟁’ ‘네트워크 전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음을 방증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이번 전쟁을 통해 전통 방산기업을 대체하는 신군산복합체로 부상했다. 팰런티어만큼 상징적인 기업에 안두릴인더스트리즈도 있다. 수천 대의 드론과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3차원(3D) 전장 지도를 생성해내는 것은 물론 드론, 무인전투기 등 자율무기까지 직접 생산한다. 전쟁 발발 후 기업 가치가 두 배 이상 불었다.
빅테크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부대라는 이스라엘 8200(팔이백)부대도 빼놓을 수 없다. 하메네이 참수 작전에 이 부대가 수년간 축적한 교통 데이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쟁 상대를 테러 집단으로까지 확대한다면 8200부대의 건물 표적(가스펠), 인물 표적(라벤더) 시스템이 가동된 가자 전쟁이 첫 알고리즘 전쟁이다.
팰런티어, 안두릴, 8200부대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괴짜 수재의 집합소다. 팰런티어의 주력 엔지니어들은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지만 창업자 피터 틸은 정작 코딩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스탠퍼드 로스쿨 출신인 그가 잠시 로펌에 다니다가 고소득 변호사 자리를 버리고 창업에 나선 이유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의 비밀을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안두릴 창업자 파머 러키는 방산업 이전 가상현실(VR)의 선구자 격인 오큘러스 개발로 명성을 얻은 발명가다. 소년 시절 홈스쿨링을 하며 집 앞 캠핑카에서 온갖 전기 프로젝트 실험에 매달렸다. 감전사할 뻔한 응급 상황도 있었고, 망막이 훼손되는 일도 있었다.
8200부대는 고교를 마치면 군부터 가는 이스라엘에서 최고 엘리트 부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잠재 후보군을 분류하고, 전국 해킹대회를 거쳐 최종 선발 과정에서는 6개월간 수학, 컴퓨터, 외국어 학습 잠재력을 집중 점검한다. 2010년 사이버공격으로 이란 나탄즈 핵시설의 원심분리기 1000여 대를 파괴한 장본인이 이 무서운 10대들이다.
이런 괴짜 천재들이 확고한 안보관과 대적관으로 무장한다면 엄청난 에너지가 분출될 것이다. 팰런티어의 슬로건은 ‘민주 진영의 병기창 재건’이다. 안두릴의 모든 스케줄은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한 데서 출발한다. 8200부대 초급 장교 출신 이스라엘 여성 벤처 사업가가 쓴 <후츠파>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매일 아침 조국 안위가 우리 부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한때 우리에게도 괴짜 천재들이 있었다. 네이버 이해진, 넥슨 김정주 같은. 그러나 지금 이 사회의 최고 엘리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가장 무난하게 인생을 보장받을 한 길만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 대적관이 있긴 한 것인가. 우리의 주적이 우리를 멸절하겠다고 하는데도 우리는 적을 적이라고 하는 데도 제약이 있다. 팰런티어는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 속 천 리를 내다볼 수 있는 마법 구슬, 안두릴은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보검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 손에 천리안, 다른 한 손엔 명검을 들고 세상을 지키겠다는 이때, 우리는 안이해도 너무 안이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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