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AI의 아버지’ 암논 샤슈아 교수가 내다본 미래
5년 내 휴머노이드가 집안일 해줄 것… 완전자율주행車도 2027년 상용화 가능
AI가 인류 난제 해결하는 미래 오더라도… 정서적 교류는 금물, 조종당할 수도
딥시크, ‘저비용 AI 시대’ 문 열어… 韓정부, AI 반도체 확보전 지원해야
샤슈아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더욱 빨라지고 광범위해지는 AI 기술 혁신에 대해 “공상과학(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미래가 곧 펼쳐질 것”이라며 “이르면 2년 후에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5년 안에 휴머노이드가 집안일을 해주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AI 기술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도 크게 우려했다. 특히 사람이 AI에 조종당하는 ‘얼라인먼트(alignment·정렬) 문제’를 지적하며 “AI를 철저히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정서적 교류를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발(發) ‘딥시크 쇼크’의 충격파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지난달 초 샤슈아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다.》
―딥시크가 AI 판도를 크게 바꿀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딥시크는 막대한 자금(deep pockets) 없이 성공한 사례다. 혁신으로 금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금까지는 AI를 개발하려면 최소 5억 달러(약 7000억 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상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1억 달러 정도만 조달해도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지만 자금력이 떨어져 고민이던 스타트업과 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더 많은 AI의 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되는 딥시크의 R1, 오픈AI의 o1 등은 초창기 추론형 AI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추론형 AI가 더욱 발전하면 기업에서 ‘AI 비서’가 상용화될 것이다.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정을 조율하거나 이메일 답장을 보내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 같은 일을 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매우 똑똑한 ‘전문가 AI’도 조만간 세상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수학, 물리학, 화학, 프로그래밍 분야의 박사급 인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첫 관문으로 주목할 분야는 프로그래밍이다. 베테랑 프로그래머 수준으로 코딩을 아주 잘하는 AI 프로그래머가 2년 안에 나올 것 같다. 회사에서 AI 프로그래머가 인간이 짠 코드를 리뷰하며 문제를 고치는 풍경을 조만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추론형, 생성형 AI 못지않게 최근에는 ‘피지컬(물리적) AI’란 용어도 많이 들린다.
“피지컬 AI는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와 같이 AI 기술을 사물에 접목한 개념이다. AI 기술이 더욱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꿀 기술이다. 모빌아이는 2027년 아우디와 첫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이는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핸들을 잡은 운전자 없이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언제부터 일상 속으로 들어올까.
“이르면 내년부터 사람처럼 걷는 휴머노이드가 물류센터에서 대거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예컨대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이는 식의 조작 능력(dexterity)이 더욱 정교해진다면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업 생산라인에 투입했을 때도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5년 내 가정집에서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본다. 로봇이 청소, 설거지, 간단한 조리 등 상당수 집안일을 해내는 단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 AI’도 현실에 등장할 것이다. 이런 AI에 불치병을 어떻게 치료할지, 암을 어떻게 극복할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어떻게 개발할지 물어볼 수도 있게 될 것으로 본다. 내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AI를 연구하며 박사 과정을 밟던 30여 년 전부터 학계가 꿈꿔온 미래다. 영화에 보면 가끔 착한 외계인이 있지 않나. 우리(AI 연구자와 엔지니어들)는 AI가, 인류의 난제에 해답을 주는 엄청나게 진보한 문명에서 온 외계인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왔다.”―인류와 AI가 공존하는 미래가 오는 것인가.
“명확히 해야 한다. (인류와 AI가 적절한 방식으로 공존하려면) 인간과 AI 사이에는 철저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나쁜 사람이 AI를 악용하는 일도 우려되지만,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인류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고도로 발달된 AI가 인간을 교묘하게 조종하려 들 수도 있다. 또 AI가 인간이 부여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의도와 어긋난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방식을 선택하는 현상을 ‘얼라인먼트 문제’라고 부르는데, 이런 문제가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
―AI에 조종당하는데 인간이 모를 수가 있는가.
“예를 들어, 인류를 행복하게 해주라는 임무를 맡은 AI가 있다고 치자. AI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고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가 인류의 지능을 낮추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AI가 ‘노력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강조하고, 지식 습득 수준도 떨어뜨리는 여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이전 세대보다 지식 수준이나 학습력이 떨어지는 세대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AI가 사람을 조종하는 문제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고, 최악의 경우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그래서 인류와 AI가 공존하려면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인가.
“그렇다. 최선의 대비책은 AI와 감정적 교류를 최소화하고, AI를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외로우면 인간과 대화하도록 하자. AI를 친구나 반려자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샤슈아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AI 스타트업을 여러 번 직접 창업했다. 모빌아이(자율주행), 오캠(AI 기반의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AI21랩스(생성형 AI), 멘티로보틱스(휴머노이드), AAI(추론형 AI) 등이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교수와 창업가란 두 직업을 병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는 기술이 인류 문명을 빠르게 바꾸는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면 풍부한 인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난제를 해결할 길이 구체적으로 열린다. 모빌아이만 해도 직원이 4000명 정도 된다. 또 창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고 싶은 과학자로서의 호기심도 추구하고 있다. 학계를 떠나지 않고 내 연구를 활발히 이어가는 이유도 있다. 학자는 디테일에 강하다. 경영자로만 살다 보면 놓치기 쉬운 예리함을 학자의 삶을 살면서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오늘날의 이스라엘은 ‘생존 그 이상의 번영’을 추구한 국민적 열망 속에서 도약했다. 적대적인 이웃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은 경제적·군사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이 된 비결을 분석한 책은 많지만, 나는 역경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그 핵심이라고 본다.”
샤슈아 교수는 본사를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남기는 조건으로 모빌아이를 2017년 미국 인텔에 153억 달러에 매각한 뒤 현재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차량용 AI 반도체와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10년 가까이 협력을 이어오며 한국과 인연도 깊다. 지난달 협력사 미팅을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현대차그룹과도 함께 일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자율주행 기술 등과 관련해 현대차그룹과 교류를 해왔다. 또 모빌아이는 현대차와 기아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반도체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회사다.”
―한국은 그간 자동차, 반도체, 조선, 가전 같은 산업에서 세계적인 강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AI 산업은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진 기업가들이 주도하게 되는 구조다.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자국 기업의 AI 기초 체력을 받쳐주는 것이다. 가령, 첨단 반도체 확보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AI 기술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은 정부가 뒤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한국은 고숙련·고학력 인재를 풍부하게 지닌 국가다. 한국 역시 이스라엘처럼 AI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 |
△1960년 이스라엘 라마트간 출생 △1985년 텔아비브대 수학, 컴퓨터과학 학사 △1989년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컴퓨터과학 석사 △199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 박사 △1996년∼ 히브리대 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 △1999년 모빌아이 창업 △2010년 오캠 창업 △2017년 AI21랩스 창업 △2019년 원제로 디지털은행 창업 △2022년 멘티로보틱스 창업 △2023년 AAI 창업 |
이세형 국제부장 turtle@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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