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태극전사 위협할 멕시코 홈팬 열기…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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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 없이 등 돌리는 멕시코 응원 문화…현지 기자 "홈팬이 가장 큰 적 되기도"

이미지 확대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와 멕시코 현지 팬들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와 멕시코 현지 팬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과달라하라=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짜릿한 승리로 장식하고 32강 진출에 성큼 다가선 한국 축구대표팀 앞에는 이제 완전히 뒤바뀐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1차전 당시 멕시코 현지 팬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사실상 홈경기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누렸다.

먼 원정길에 오른 '붉은 악마'뿐만 아니라,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 현지 팬들까지 축제를 즐기며 기꺼이 든든한 우군이 되어줬다.

하지만 이제 그 압도적인 응원 열기의 화살표는 정반대를 향한다. 태극전사들이 2차전에서 맞붙을 상대가 바로 멕시코이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한국을 위해 '목이 터져라' 응원해줬던 멕시코인들이 오롯이 자신들의 대표팀을 위해 뿜어낼 '진짜' 안방 열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한국의 '붉은 악마'와 멕시코 축구 팬덤은 그 응원 문화의 결부터 완전히 다르다.

이미지 확대 '손흥민' 유니폼 부탁드립니다

'손흥민' 유니폼 부탁드립니다

(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멕시코 어린이 팬이 '손흥민 선수님의 유니폼을 부탁드린다'고 팻말을 들고 있다. 2026.6.12 ondol@yna.co.kr

붉은 악마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력'을 자랑한다면, 멕시코 팬들의 응원은 라틴 특유의 흥이 지배하는 거대한 '카니발'에 가깝다.

누군가 선창하면 경기장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합창이 터져 나오고, 파도타기가 시작된다.

전 세계 축구장의 상징이 된 '파도타기 응원'의 본고장도 다름 아닌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다.

당시 이 응원 방법은 수백만 명의 전 세계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고, 여전히 북미 지역에서는 이를 '멕시칸 웨이브(Mexican Wave)'라 부른다.

무엇보다도 멕시코 홈 팬들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청각적인 압박감이다.

축구장에서 응원가와 구호는 전 세계 어디서나 빠질 수 없는 요소지만, 멕시코 팬들이 뿜어내는 응원은 특히 더 맹렬하며, 쉼 없이 이어진다.

이미지 확대 월드컵 개막전에서 응원하는 멕시코 팬들

월드컵 개막전에서 응원하는 멕시코 팬들

[AP=연합뉴스]

특별한 의미 없이 반복되는 독특한 음절과 경쾌한 리듬의 '치키티붐(Chiquitibum)',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멕시코 민요 '씨엘리토 린도(Cielito Lindo)' 등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상대 팀이 공을 잡는 순간 쏟아내는 귀청 터질 듯한 야유와 엄청난 볼륨의 휘파람 역시 압도적이다.

체코전에서는 이 야유가 한국을 도왔지만, 이제는 우리 선수들의 귀를 멍하게 만들 경계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홈 열기는 멕시코 대표팀에게도 '양날의 검'이다.

한국 축구 팬들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투혼을 보이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지지를 보내고는 한다.

반면 축구를 종교처럼 여기는 멕시코 팬들은 그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인내심이 길지 않은 편이다.

이미지 확대 흥분한 멕시코 축구 팬

흥분한 멕시코 축구 팬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만약 멕시코가 안방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상대에게 끌려다닐 경우, 그 뜨겁던 응원 열기는 순식간에 자국 선수들을 향한 분노로 돌변한다.

선수들의 패스 실수에 자국 팬들이 야유를 퍼붓고, 심지어 상대 팀의 원활한 패스 연결에 환호하며 자국 대표팀을 조롱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1차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멕시코 스포츠 전문 일간지 '레코드'의 알프레도 올리바레스 기자는 "선제골을 내줬는데도 끝까지 응원하는 한국 팬들의 모습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며 "멕시코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선수들은 엄청난 비난과 야유를 감당하며 경기를 치러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지켜본 결과 멕시코 관중이 한국 팬들에 비해 훨씬 전투적이다. 경기 초반에는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보내겠지만, 멕시코 팀이 부진하다면 팬들이 곧장 가장 큰 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달라하라에서 18년간 축구 현장을 누빈 ESPN 스포츠의 헤수스 베르날 기자 역시 "만약 후반 15분까지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홈 관중은 멕시코 선수들에게 어마어마한 욕을 외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홈 구장의 열기가 오히려 멕시코 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지 확대 태극전사 응원하는 한국 응원단과 멕시코 팬들

태극전사 응원하는 한국 응원단과 멕시코 팬들

(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한국 응원단과 멕시코 팬들이 태극전사를 응원하고 있다. 2026.6.12 ondol@yna.co.kr

co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13일 06시5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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