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부족’ 중고교생…“청소년기 운동은 평생 건강 초석”[기고/지영미]

1 month ago 6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곧 개학이다. 국가기술표준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7∼19세 아동·청소년의 성장은 10년 전보다 2년 이상 빨라졌다. 키와 체중이 최대치에 근접해 포화 양상을 보이는 시기가 남자 14세, 여자 13세로 전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의 신체 성장이 빨리 이뤄지는 만큼, 신체활동도 잘 이뤄지고 있을까?

청소년기의 신체활동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일 1시간 이상 심장박동이 증가하거나 숨이 찰 정도인 중강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청소년에게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 청소년의 매일 1시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주 7일’이 7.2%, ‘주 5일 이상’이 17.3%였다. 최근 10년간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낮다. WHO에서 발표한 청소년(11∼17세)의 매일 1시간 이상 중·고강도 신체활동 실천율을 보면, 2022년 기준 권장 운동량을 채운 우리나라 청소년은 5.8%로 146개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청소년기의 운동을 개인 의지에만 맡기기보다 범사회적인 캠페인을 펼쳐 적극 독려해야 할 시점이다. 실제로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 스포츠 활동이나 체육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의 신체활동 실천율이 그러지 않은 학생에 비해 3배나 높게 나타났다. 교내에서의 신체활동 참여와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는 청소년 신체활동 부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학생건강증진기본계획’과 ‘학교체육진흥기본계획’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학생의 신체활동 일상화를 위해 △체육수업 시간 최대 확보 △스포츠클럽 활성화 △학교·가정·지역사회 연계 체육 활동 강화 등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청소년의 신체활동 수준이 여전히 낮고 개선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의 응답을 보면 짐작된다. 신체활동 참여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재미있어서’(33.3%)와 ‘체력 증진’(20.6%)을 많이 꼽은 반면 ‘부모님 등 가족의 권유’(1.8%)는 낮게 나타났다. 신체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38.6%)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즉 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 사회적 지지 및 신체활동에 대한 흥미 부족이 낮은 지표의 원인인 셈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시간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육수업 및 스포츠클럽을 개설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등 획기적 변화도 필요하다. 최근 해외 연구에서 지속적인 신체활동이 학업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신체활동이 신체 및 정신 건강은 물론, 학업 성적과도 관련된다는 학부모의 인식 제고와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할 때 신체활동 심층조사를 실시해 관련 정책 근거를 만들어 가는 등 청소년의 건강 증진을 위해 관계 부처와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봄학기부터 평생 건강의 초석인 청소년기 운동에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여 보자. 이런 노력들이 모여 청소년들이 조화롭게 성장하고, 나아가 건강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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